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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상석 Nov 14. 2021

은혜, 은총, 자비

        은혜(grace), 은총(favor), 자비(mercy)는 기독교인들이 좋아하고 흔하게 쓰는 단어들이다. 모두 다 하나님의 속성인 사랑과 연관되어있다. 하나님의 사랑은 완전하여서 사람의 것과는 다르다. 

         하나님의 사랑이 사람에게 나타날 때, 그 사랑은 은혜가 된다. 부모가 자녀에게 베푸는 사랑처럼, 하나님의 사랑도 아무런 조건이나 값이 없다. 자연계의 생명체가 생명 활동을 하기 위해 누리는 많은 것들(햇빛, 비, 공기, 등)은 자연계에 베푸신 하나님의 일반적인 은혜라 말할 수 있다. 일반적인 은혜는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베풀어진다. 사람이 무슨 조건을 갖추어서 은혜를 받는 것은 아니다. 하나님이 햇빛과 비룰 주실 때, 선한 사람, 악한 사람 가리지 않는다.

         이와 함께, 사람이 자유와 행복을 누리며 사람답게 살도록 주어진 가치와 윤리는 하나님으로부터 온 은혜이다. 가장 기본적인 인권, 생명, 자유, 평등, 행복의 추구 등도 하나님으로부터 온 기본 가치이다.  그래서, 많은 국가가 이러한 가치는 신으로부터 받았으므로, 양도할 수도, 분리할 수도 없는 국민의 기본권리로 보장하고 있다.

          모든 생명체에 베푸신 하나님의 일반적 은혜가 있지만, 특별한 경우에, 특정한 개인과 공동체에 베푸시는 특별한 은혜도 있다. 이러한 하나님의 사랑을 은총(favor)이라 한다. 일상생활에서 이해해 보면, 부모가 모든 자녀를 위해 동일하게 베푸는 사랑이 있지만, 특정한 자녀에게, 부모의 의도대로 베푸는 특별한 사랑도 있다. 장애를 가진 자녀에게는 또는 특기가 있는 자녀에게, 부모의 특별한 배려가 필요하다. 은총은 베푸는 자의 의도이며 특별한 배려이므로, 불공평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공동번역 성경(누가복음)은 “마리아에게 천사가 나타나서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 너는 하나님의 은총(favor)을 받았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개정개역 성경과 가톨릭 성경은 이 ‘은총’을 ‘은혜’와 ‘총애’로 번역하고 있다.  사실, 은혜와 은총은 동일한 어원을 갖고 있으며, 한글 성경들은 두 단어를 혼용하여 쓰고 있다. 예를 들면, 개역개정 성경에서 ‘은혜’가 291, ‘은총’이 42번 나오는 반면, 가톨릭 성경에서 ‘은혜’가 124번 ‘은총’이 425번 그리고 ‘총애’가 33번 나온다. 더욱 현대적인 성경들은 ‘은총’이란 단어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와 함께, 개인적인 경험을 중시하는 현대인들도 ‘은총’이란 단어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님의 사랑이 사람에게 자비의 얼굴로도 나타난다. 모든 사람은 완전하지 못하며, 실수하며 잘못을 저지른다. 허물과 잘못 많은 사람에게, 하나님의 사랑은 자비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렇다고, 자비의 사랑을 경험하고 이를 하나님이라 하거나, 사랑 그 본체라고 말할 수 없다. 우리는 달을 보고 해를 보았다고 하지 않는다. 해가 사랑이라면, 달은 자비라 말할 수 있다. 밤에는 햇빛을 볼 수 없고, 달을 통해서, 투사된 햇빛만을 볼 수 있는 것과 같다. 은혜, 은총, 자비는 제한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하고 표현하는 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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