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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상석 Jun 19. 2023

쪼기 서열(pecking order)

         닭을 포함한 가금류의 무리에서 관찰되는 쪼기 서열(pecking order)이 있다. 먹이로부터의 거리가 같다면, 높은 서열의 새가 먹이를 먼저 쪼고, 그다음 서열의 새가 먹이를 쪼도록 순서가 정해져 있다. 보통, 힘이 센 순서로 서열이 정해진다. 만약, 서열이 낮은 새가 이 순서를 어길 경우, 위 서열의 새가 그 새의 머리를 쪼면서 공격한다. 심지어, 병아리 무리에서도 쪼기 서열 행동이 관찰된다고 한다. 다른 동물에도 누가 먼저 먹이를 먹고, 가장 건강한 짝을 차지하며, 가장 좋은 잠자리를 차지하는 서열이 있다. 이러한 위계질서는 강하고 적절한 종자를 보존하고 유지하는 기능이 있다.  

쪼기 서열

         이러한 동물적인 위계질서는 인간 사회에도 있다. 특히, 군대, 학교 클럽, 회사에는 뚜렷한 위계질서가 존재한다. 신고식은 서열 세우기의 한 행사이며, 상사, 말단, 선임, 후임은 서열 명칭이기도 하다. 이러한 위계질서에서, 윗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보수, 승진, 보상, 휴가 등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한다. 인정하기 싫겠지만, 결혼도 사회적 위계질서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많은 드라마의 주제는 사회적 위계질서를 어긴 사랑하는 연인이 겪는 갈등과 모순이다.

         하지만, 영적인 면이 있는 사람은 힘의 서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애정의 서열도 있다. 한 집안에서 아기가 태어나면, 새로운 애정서열이 형성된다. 이제, 우는 아기가 최고의 서열에 올라가고, 애완동물은 적은 관심을 받고, 식물은 나름대로 생존하지만, 집안의 물고기는 살아남지 못할지 모른다. 한 집안에 있는 이러한 애정 서열은 계속해서 변한다.   

         예수의 제자들이 ‘누가 가장 큰 자인가?,’ 즉 위계질서를 놓고 말다툼했다. 그때, 예수께서 어린아이 하나를 데려다가 자기 곁에 세우고 제자들에게 말했다. “너희 가운데서 가장 큰 사람은 가장 어린 사람과 같이 되어야 하고, 또 다스리는 사람은 섬기는 사람과 같이 되어야 한다.”  또 한 번은 야고보와 요한의 어머니 살로메가 예수께 와서 “주님의 나라가 서면 저의 이 두 아들 하나는 주님의 오른편에, 하나는 왼편에 앉게 해 주십시오."라고 부탁하였다. 이 말을 듣고 있던 다른 열 제자가 그 두 형제에게 화를 내었다. 예수가 그들을 가까이 불러 말했다. "너희 사이에서 높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남을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으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종이 되어야 한다.”

         세상 나라에는 법, 제도, 권세에 따른 통치와 위계질서가 있다. 힘의 원리에 따라, 큰 자, 작은 자가 있다. 재산, 사회적 위치, 학벌, 능력에 의한 보이지 않는 서열이 존재한다. 땅에 발을 딛고 사는 사람은 누구나 세상 통치와 위계질서 아래에 있다.

         영과 혼인 사람은 또한 사랑과 섬김의 질서로 살아간다. 사랑과 섬김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많은 곳에서 적은 곳으로 흐른다. 천국에도 큰 자, 작은 자, 높은 자, 낮은 자, 선생, 제자 등으로 이루어진 질서가 있다. 예수는 스스로 섬김의 본을 보여 주었다. 십자가 죽음을 앞두고 가진 유월절 만찬 때에 예수가 허리에 수건을 두르고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면서 말했다.

“너희가 나를 선생님 또는 주님이라고 부르는데, 그것은 옳은 말이다. 내가 사실로 그러하다. 주이며 선생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겨 주었으니, 너희도 서로 남의 발을 씻겨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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