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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크 Jul 06. 2024

폴 버호벤 (2)

35. Total Recall

아놀드 슈왈츠제네거는 강력한 레이건 대통령의 팬이었다. 본인은 정작 케네디가의 조카사위였지만 말이다. 그리고 후일에 주지사가 되며 정치인으로 활동을 했다. 물론 혼외자식으로 인해 도덕적 이미지는 붕괴되었지만 말이다.

 배우가 유명해진 것은 < 코난 >이라는 B급 영화를 찍은 후이다. 그리고, 그 유명한 제임스 카메룬의 < 터미네이터 >, 람보에게서 싹 정체성을 걷은 후 만든 액션 영화 < 코만도 >로 3 연타석을 터트리며 당시에 실베스타 스탤론과 더불어 액션 영화계를 양분한다.

하지만 이후에 출연한 블럭버스터들인 < 런닝맨 >, < 레드 히트 > 등이 줄줄이 흥행을 못하면서 위기이던 때가 있었다. 이때 그를 살려준 영화가 바로 이 < 토탈 리콜 > 이다.  


폴 버호벤 감독은 < 로보캅 >의 대히트 이후 다시 한번 폭력으로 얼룩진 SF 블럭버스터에 도전을 한다. 이 영화는 촬영 전부터 화제가 되었는데, 당시에 제작비가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 순제작비만 6,500만 달러로 추정되고, 마켓팅 비용까지 합치면 전체 제작비가 당시만 해도 상상이 안되었기 때문이다. 1990년에 이 영화가 개봉했으니 말이다. 물론 < 쥬라기 공원 >같은 CG가 한도 끝도 없이 들어가는 영화가 있었고, 그 영화의 제작비가 1억 달러를 넘긴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하지만, CG 없이 오직 장인의 손길을 거친 특수효과만으로 이루어낸 이 영화의 시각적 비주얼을 상상한다면 6,500만 달러가 절대 많은 돈은 아니다.


이 영화의 원작자는 필립 K. 딕이다. 지금의 디스토피아적 SF 물은 모두 이 사람의 손을 거쳐 완성된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그는 정치적으로 베트남 반전 운동에 참여하고, 국가권력이나 대기업, 특히 헐리웃에 반기를 든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커뮤니스트 (공산주의자)도 아니었다.

하지만 헐리웃은 정반대로 이 사람을 너무나 사랑한 것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작가가 만들어 낸 개념과 스토리들은 다른 SF물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미래의 어떤 기술이 어떻게 인간을 옭아매고 인간성을 말살시킬 수 있는지를 탁월하게 표현했는데, 이 부분을 헐리웃이 지나칠 수가 없었다.

이 작가의 원작으로 만들어진 헐리웃 SF 영화만 해도 20편이 넘는다. 대표적인 작품들이 < 블레이드 러너 >, < 토탈 리콜 >, < 마이너리티 리포트 >, < 넥스트 > 등으로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영화들이었다.

특히 이 < 토탈 리콜 >은 권력층이 어떤 식으로 인간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지를 보여주며, 그로 인해 돌연변이와 끔찍한 바이러스로 고생하는 민중들을 여과 없이 표현한다.


폴 버호벤은 미국에서 성공가도를 달리는 감독이었지만 누구보다 미국 문화를 싫어하던 사람이었다. 특히 대기업과 미디어, 그리고 권력층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고 이를 영화에서 잔인한 폭력을 통해 표현하던 감독이다.

그런 감독이 필립 K. 딕의 가장 어두운 화성 이야기를 만났으니, 이 영화는 그야말로 잔인한 폭력이 난무하는 그로테스크한 비주얼로 무장한 엄청난 디스토피아물이 된다.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특수효과만으로 빚어낸 시각적 뛰어남이다.

잊을 수 없는 장면은 크게 네 가지이다.

화성에 도착해서 열차를 타고 목적지로 떠나는 주인공의 장면인데, 지금이야 쉽게 CG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장면이지만 당시에만 해도 이 장면이 어마어마했다. 분명 미니어처를 이용한 촬영인데도 에어샷 (공중에서 헬기를 타고 찍는 샷 ; 당시에만 해도 드론은 없었다)부터 시작해서 기차 안에 타고 있는 주인공의 얼굴까지 끊임없이 쫓아가는 카메라를 보면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분명 배경은 화성인데 말이다.


게다가 화성은 권력층의 공기 조절로 인해 태양광의 유해물질을 차단하지 못해 많은 인간들이 돌연변이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는데, 이런 돌연변이들에 대한 표현이 기가 막히다. 특히, 유방이 3개가 달린 성접대부나, 실제 저항군의 보스가 다른 사람 몸에 심어져 있는 아기라던가 하는 표현은 영화의 아이콘처럼 인식될 정도였다.


주인공의 몸에서 추적기를 꺼내는 장면도 명장면 중의 하나로 꼽힌다. 말도 안 되는 그 골프공만 한 추적기를 심어 넣은 것도 기괴했지만 그걸 끄집어내기 위해 머릿속까지 기계팔이 들어가 콧구멍을 통해 뽑아내는 장면은 지금 봐도 토하고 싶을 정도로 끔찍하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 최고 백미는 뚱뚱한 부인으로 변장한 주인공이 들통이 나면서 그 부인의 가면이 해체되는 장면일 것이다. 말 그대로 해체다. 오른쪽 귀 뒤쪽에서 장치 하나를 빼내자 가면들이 하나하나씩 갈라지며 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나오는 장면은 지금도 이 영화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장면이다.


폴 버호벤은 여전히 이 영화에서도 가정에 설치된 미디어 화면을 통해 거짓된 정보 속에 살고 있는 주인공을 표현한다. 그리고, 그 가정이 순식간에 거짓된 정보로 인해 폭력의 현장으로 바뀌는 순간을 포착해 영화를 시작하니 그답다면 그답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는 개봉된 지 오래되었지만 그 주제만큼은 여전히 논란이 될 정도이다.

왜냐하면 스토리 자체가 장자의 호접몽을 생각나게 만들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전반부에서 토탈사의 리콜 (새로운 기억을 심어주는 서비스)을 받는데, 이후에 화성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사실인지 아니면 토탈사가 주입한 가상의 기억인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주인공은 나비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호접몽처럼 같은 인물이지만 두 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니 더욱 알 수가 없다.

감독과 주연배우도 의견이 갈렸었다. 폴 버호벤은 중반부터는 가상이라고 말하지만, 아놀드 슈왈츠제네거는 모두 현실이라고 말한다.

단지 기억만을 조작한 것인데도 영화 전체의 스토리가 가상인지 현실인지 알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여전히 이 부분은 많은 논란을 낳기도 하는데, 이후에 이런 기억 조작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 분야에서 나오게 된다. 특히 오시이 마모루의 < 공각기동대 극장판 >에서는 이 기억 조작에 대해 탁월하게 표현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영화가 완성되었을 때 제작사인 캐롤코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대로 가다간 다 망하게 생겼기 때문이었다. 영화 내에서 죽어간 사람만 해도 당시의 다른 영화에 비해 너무 많았고, 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사람을 죽일 때마다 그 잔인함이 두드러졌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끔찍한 돌연변이들을 놓고 장면을 길게 잡은 감독을 보고 제정신이 아니다는 말이 터져 나올 정도였다. 이 정도라면 등급은 당연히 성인등급이었고, 개봉하게 되면 비난이란 비난은 모두 받고 몇 백억이나 하는 제작비는 공중에 분해될 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제작사의 생각과는 다르게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하면서 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나오는 영화 중 꼭 봐야만 하는 영화로 몇 번이나 선정이 된다.

하지만 캐롤코는 이후에 레니 할린 감독과 그 부인이었던 지나 데이비스 주연인 블럭버스터 최고의 흑역사인 < 컷스트로 아일랜드 >를 제작해 결국 파산하고 만다.


이 영화는 폴 버호벤의 네덜란드식 스타일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이다. 그는 주로 화성이라는 가정하에 붉은 조명이나 배경을 많이 이용하는데, 이런 붉은색은 네덜란드 영화들이 선호하는 색깔 중 하나였다.

이 영화는 21세기에 콜린 파웰 주연으로 리메이크되기도 하는데, 화려한 CG로 무장한 리메이크작보다는 특수효과와 붉은 피로 점철된 1990년 원작이 훨씬 우수하고 재미있다. CG의 퀄리티가 원작을 따라가지 못한 것인데, 그도 그럴 것이 감독이 바라보는 시선이나 내세운 스타일이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다.

폴 버호벤은 자신이 가진 권력층에 대한 시선을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폭력적인 스타일로 < 토탈 리콜 >을 연출해 < 로보캅 > 이후 연타석 흥행을 터트린 것이다.

이 영화는 원작으로 꼭 감상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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