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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쁘띠쇼콜라 Sep 14. 2024

우리부부가 각방을 쓰는 이유

아기가 태어나고나서부터 줄곧 따로 자고 있다.

한마디로 분리수면에 매번 실패했다.

분리를 하고 자더라도 꼭 어스름한 새벽녘만 되면 나에게로 자석처럼, 새벽 안개처럼 나즈막히 찾아오는 녀석.

다시 깨서 아이방으로 걸어들어오느라 잠을 깨느니,

차라리 함께자는 그 편이 훨씬 편하다.

그러다 보니 이제 아이와 같은 방에서

아이는 침대에, 나는 바닥에 매트와 토퍼를 깔고 잔다

익숙함이 제일 무섭다고 했던가.

아이가 날닮아 소리에 예민한지라

(꼭 안좋은 것만 닮더라)

항상 잠 잘때도 뒤척이는 것도 조심하며 긴장하며 숨죽이며 잠들었던것 같다

어느날 우연히 따로 잤을 때의 해방감은 이루말할 수가 없었다.

심장을 조여놓았던 안전벨트를 마구 풀어놓은 느낌이랄까?

방들은 그 쓰임새를 잃은 채, 날 찾아주시오하며 남아도는데, 나는 언제 어느세월에 내 방에서 따로 자보나?

나도 편히 나홀로 침대생활을 영위하고 싶다

위에 있는 아이의 침대에서는 베개가 도르르 굴러떨어지기도 하고 이불도 내쪽으로 물처럼 줄곧 흐르고,

어린애의 그 짧은 하루에는 무슨 일이 있는지 이도 야무지게 갈고,

잠꼬대 또한 아주 씨게, 실감나게 한다.

아주 어릴 때 분리를 했어야 했는데 때를 놓친 것인가 너무 늦었나 생각할 때는 이미 너무 늦어버린 걸지도.

그래서 여행가서 남편이랑 다 같이 잘때면 너무나도 불편하다

오죽하면 샤워실에 이불 깔고 문닫고 잔 적도 있다.

물론 잠다운 잠은 못 잤지만.

이럴때마다 남편이 중간에 깨서 마누라가 어디 도망갔나 놀라곤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제껏 남편과 어떻게 같이 잤는지 의문이다. 절대 풀리지 않은 숙제처럼, 수학의 정석에끝판왕 문제처럼 남아있다.

신혼때에는 남편이 코골아도 사랑의 힘으로 극복했던 것인가.사람은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이라고 했던가.

코골이 방지 마스크 같은 것도 해보고 부단히 노력했던 시절이 우리에게도 있었다.

지금은 불가능이라고 생각이드니 나도 참 간사하다.

요즘에는 한 방에 같이 있어도 싱글침대 2개 놓고 자는부부들도 많다고 한다.

아이를 낳고 나서는, 아니면 세월이 흐르면서

서로의 편안함을 추구하기 위해, 취향을 존중해주기 위해 방을 따로쓰기도 한다.

그런데 또 언제 이래보겠어?

저번에 조카네 놀러갔는데

방문앞에 ‘출입금지 아무도 들어오지 마시오’라고 무시무시한 팻말을 붙여 놓았더라.

고작 초등학교 저학년인데 말이다.

오직 허락되는 생명체는 강아지!

그리고 가끔 친구들.

아이들이 벌써 이렇게 빠르게 사춘기가 오는건가?

빠르게 사춘기가 왔다고해서 그것이 더 일찍 끝나는 것은 아닐텐데 말이다.

명절에 사촌들끼리 만나도 서로 얘기도 없이 핸드폰만줄곧 들여다본다. 그 작은 세상안에 뭐 그리도 재미진게 많은지. 만물의 영장 인간 대 인간이 만났는데 아무런 케미도 일어나지 않다니. 불꽃 튀는 케미는 아니라도 뭉근한 온기마저 없다. 아이뿐만아니라 어른도 마찬가지, 우리네 슬픈 자화상이다.흙바닥에서 먼지폴폴풍기며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놀던 엄마에게 호되게 혼나던 일은 이제는 그저 추억의 한페이지다.

아이들은 서로 드문드문 떨어져, 마치 외로운 섬 같다.

아니다. 마음을 고쳐먹어야겠다.

긍정파워는 눈곱만치도 없는 차나핑(만화 티니핑에 귀찮아하는 캐릭터), 따분이(영화 인사이드아웃2에 따분해하는 캐릭터) 나이지만

아이의 문제에 관해서는 절대 예외다.

언제 또 이런 시간과 기회가 오겠는가?

내가 제발 같이 자고 싶다고 졸라대고, 엄마 내방에서 당장나가라머 문 쾅닫는 그런 날도 오겠지?

몇년이나 남았을라나. 사람은 어리석게도 한치앞을 내다보지 못한다

그때되면 얼마나 서운할까?

내가 널 어떻게 힘들게 키웠는데! 네가 나한테 이래도 되는거야?

이런생각은 하면 안되겠지만.

상상만해도 눈물이 넘실넘실 차오른다.

내 아이는 다를거야라고 자만심과 오기를 부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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