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헐적 단식과 샐러드

움직이지 않는 자, 먹지 마라!

by 페일핑크

저녁은 샐러드다!


저녁 6시 30분이 되면 회사 카페테리아 샐러드 코너가 오픈한다. 샐러드 냉장고 앞에는 오픈런을 한 사람들로 언제나 길게 줄이 늘어선다. 조금만 늦게 내려가면 한정된 수량이 모두 소진되어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거창하게 차려진 밥상을 선호하지만 일하는 저녁만큼은 샐러드를 먹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루 종일 얼마나 움직였을까?


점심식사 시간과 회의실 이동 외에는 거의 자리에 앉아 있었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과 팔, 대화를 위한 말하는 에너지 외에 걷고 뛰는 일은 드물다. 가끔 회의 시간에 늦어 뛰어가는 것 외에는.


하루 종일 틈새 없이 일을 한 보상으로 맛있는 저녁을 먹고 싶지만 결국 선택해야 하는 건 샐러드다. 종일 앉아있던 나의 몸에 음식 섭취는 죄책감이 먼저 앞선다.

어느날의 샐러드 식사



움직이지 않는 자, 먹지 마라!


지금으로선 맛있는 고칼로리 음식을 먹을 자격이 없다. 닭가슴살, 양상추, 치즈, 올리브, 견과류, 과일과 같은 탄수화물이 배제된 담백한 식사. 회사의 샐러드 코너는 꽤 다양한 조합으로 매일 다른 샐러드팩을 제공한다. 죄책감을 상쇄할 수 있는 메뉴다.


저녁 샐러드 섭취 외에 과자도 기피하는 중이다. 지난 3년간 매일 과자를 먹었다. IT 회사들은 복지 차원에서 간식을 무료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콜라, 사이다, 주스 같은 것들은 항상 냉장고에 채워져 있고 과자의 종류는 제한되어 있지만 미니 편의점 수준으로 요기를 할 수 있다. 평소에 과자를 좋아하기도 하고 와그작 달달하거나 짭짤한 과자를 씹으며 일하는 시간은 행복했다. 거기에 커피를 더하니 박자가 아주 잘 맞는다.


손이 닿을 곳에 과자가 있기 때문에 정신적 허기짐, 물리적 허기짐을 과자로 채울 수 있다. 일을 하는 과정이 지루하지 않고 먹는 재미와 일을 해결해 가는 재미를 동시에 얻는다.


전보다 더 움직이지도 않는데, 식사 사이마다 과자를 먹는 생활은 살이 찌기 충분했다. 눈바디로 좀 찐 것 같은데? 를 느낀 순간부터 체중계에 올라가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전 앞 자릿수가 바뀐 것을 보고 이제는 자제를 해야 하겠다고 다짐했다.


며칠 전 팀원이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며 돌린 과자는 몇 주째 째려보고만 있다. 나의 운동량을 생각하면 과자뿐 아니라 한 두 끼 정도는 굶어도 싸다. 이런 생각이 비단 나만 가진 것은 아닌 것 같다. 주변 사람들을 둘러보니 한 끼정도는 거르는 일상이 잦아지고 있다.



옆 팀장님은 한 달 다이어트 플랜을 추천받아 실천하고 있다. 철저히 식단으로 관리하는 과정인데 그중 24시간 공복유지가 일주일에 1회씩 있다. 그리고 4주 차에는 일주일에 3번 24시간 공복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이렇게 하면 몸의 대사가 개선되고 세포들도 살아나서 건강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녀는 마지막 4주 차의 고비가 걱정되기도 하지만 조금만 참으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쁨에 차 있었다.


이미 마른 몸을 가졌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군살과 똥배를 없어질 상상을 하며 시작한 다이어트였다. 몇 년 전만 해도 회사의 누군가가 다이어트를 한다고 하면 식사시간에 함께 움직이는 과정에서 다른 행보를 일삼는 불편한 시선을 받기도 했었지만 이제 다이어트는 회사에서도 별 이상할 것 없는 문화로써 받아들여진다.


또 다른 팀장님은 아침 달리기와 저녁 샐러드로 6킬로 감량을 했고, 위층에 계신 부장님은 반년 간 다이어트를 하며 반쪽이 된 몸을 자랑한다.


남편은 간헐적 단식을 시작한 지 4개월 차가 되었다. 간단한 저녁 식사 후 다음날 오후 12시까지 먹지 않는 16:8 방식(하루 24시간 중 16시간 단식, 나머지 8시간 음식섭취)을 지킨다. 결국은 점심만 정상 식사하는 셈인데 회사에서 점심시간을 즐기고 그 외 시간은 혼자서 조금만 참으면 되는 간단한 다이어트 방법이라고 만족해한다.



잘 챙겨먹는 점심 시간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 아니겠어?"


종종 이런 말을 한다. 적어도 우리 부모님 세대에선 먹고사는 일이 매우 중요해서 굶지 않고 사는 것에 집중이 되었던 것 같다. "내가 너 먹여 살리려고 이렇게 열심히 일한다."와 같은 표현도 그 맥락을 같이 하는 것 같다. 그로부터 불과 몇십 년이 지난 오늘은 하루쯤은 식사를 거르는 게 건강을 위한 미덕처럼 여겨진다.


2016년 오스미 요시노리라는 학자가 오토파지 이론으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그의 이론에는 단식 또는 간헐적 단식이 체중 감량뿐 아니라 노화 방지, 노화 지연에 효과가 크다며 살을 빼고 싶은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SBS 스페셜에서는 "간헐적 단식", "끼니 반란"이라는 타이틀로 간헐적 단식을 소개하고 직접 실험하는 다큐멘터리를 선보였다. 삼시세끼 잘 먹어야 건강하다는 소릴 듣고 자란 많은 사람들은 아침과 점심을 먹지 않고 하루에 한 끼만 먹는 이 생활에 도전했다. 괴로움보다는 긍정적인 모험심을 갖고 실험에 참여했다.


결과적으로,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은 모두 체중감량에 성공했고 주의해야 했던 건강 신호들도 제 수치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간헐적 단식은 일시적 유행이 될 줄 알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다이어트와 건강을 유지하는 비법으로 자리매김을 했다.


집에서 차린 건강 식사


이제는 돈을 버는 목적이 먹고사는 게 아니라 덜먹고 자기 관리하는 갓생인생이 목표가 되었다. 레몬수 마시기, 애사비, 자연식물식, 혈당조절 보조제 등 몇 달 내내 SNS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요즘이다. 너무 많은 정보로 무엇이 정답인지 알기 어렵다.


평생 삼시세끼 거른 적 없는 나에게 간헐적 단식은 고비를 넘겨야 하는 일이라 샐러드와 간식을 제어하는 정도로 시도해보고 있다. 유행은 바뀌지만 오랜 기간 우리 곁에 다이어트는 숙명처럼 , 특히나 한국인에게는 인생 과제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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