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균, 쇠/ 사피엔스/ 종의 기원/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이 두려워졌다. 일하고, 웃고, 운동하며,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나 자신에게 가끔 자괴감이 든다. 갑작스럽게 발생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어느새 우리 삶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나는 러시아 친구가 있다. 그는 자책하고 있으며, 같이 지내는 동료들에게 미안해하고 있다.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우크라이나 친구는 없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의대에 딸을 유학 보냈던 인도 친구도 있고, 우크라이나에 친척을 두고 있는 루마니아 동료도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코로나가 세상을 뒤덮었는데 이제는 전쟁이다. 비단 러시아 전쟁뿐만 아니라, 중국과 미국의 대치는 연일 점입가경이며, 매일 북한은 동해상으로 미사일을 쏘아되고 있고, 무장 이슬람 세력의 테러가 여전히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바로 작년 이맘때까지만 해도 인공지능, 전기차, 메타버스, NFT, 비트코인 등의 4차 산업 혁명이 세상을 더욱 멋지게 발전시킬 것이라고 그렇게 떠들어 대더니만, 지금은 곧 세상이 망할 것만 같은 뉴스뿐이다.
올해 읽은 몇 권의 책들로 생각을 정리해 보고 싶다.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다윈의 <종의 기원> 마들렌 치게의 <숲은 고요하지 않다>,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책들은 상당히 연관되어 있다고 본다. 전쟁과 전염병과 기술은 인류 발전을 위한 필연적인 과정인가, 아니면 지구 멸망론자 들의 말처럼 곧 멸망할 지구를 향한 복합적인 문제인가? 스페인이 잉카제국을 멸망시킨 1,532년의 사건으로 많은 것을 설명할 수 있다. 소수의 스페인 군대가 절대군주제인 잉카 대국의 8만 대군을 물리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유럽에서 전파해온 천연두와 스페인 군대가 갖고 있던 총과 말, 그리고 해양 기술이 있었기 때문이다.<총,균,쇠>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전염병 코로나와, 전쟁에 쓰이는 각종 무기들과, 4차 산업 기술들은 푸틴과 같은 전쟁광들에게 자기 우월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할수 있었던 좋은 구실이 된 것은 아니었을까? 내가 남들보다 더 낫다는 자만심, 우리 민족이 다른 민족보다 우수하다는 착각, 나는 바로 이런 것들이 전쟁의 시작점 이라고 생각한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과 같은 우생학의 신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자연 속에 사다리가 내재해 있다는 강한 믿음이 있다. 같은 맥락에서 히틀러가 그랬다. 히틀러는 인간이 가장 우수한 종이며, 인간 중에서도 점점 더 나은 종만이 살아남을 수 있고, 살아남아야 한다는 무서운 신념을 가졌다. 우수한 아리아인이 세계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미천한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유대인을 몰살해야 된다는 광기 어린 생각 말이다.<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사피엔스>
하지만 다윈은 자연 속에 사다리는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사다리의 층들은 우리 상상의 산물이며, 진리보다는 편리함을 위한 것이다'라고 말이다. 우리는 사고를 유연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인간만을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기 위해서, 임의적으로 동물, 식물, 파충류, 어류, 포유류 등등 모든 생명체를 구분하고 선을 그었다. 인간만이 가장 완벽한 생명체인 것처럼 말이다.<진화론>
인간의 오만이다. 아주 작은 숲 속에서도, 나무가, 버섯이, 기생충이, 토끼가, 꽃과, 벌들이 각각의 삶을 살아내기 위하여, 바람과 물과 태양과 흙을 통해 서로 상호작용을 하고 신호를 주고받으며 열심히 살고 있는데 말이다.<숲은 고요하지 않다>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역사는 반복됨으로, 전쟁이 일어나고, 전염병이 창궐하고, 기술을 이용해 다른 민족을 지배하는 것을 타당하게 생각하고 그저 한 세상 조용히 순응하면서 살면 되는 것인가? 또한,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키워야 되는가? 전염병에 안 걸리게 면역력을 높이고, 전쟁이 일어날 만한 곳을 피해 살게하고, 열심히 공부시켜 기술로 세상을 지배하는 자로 만들면 되는 것인가?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