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설 연휴의 여운이 남아 있던 아침이었다.
아이들은 학원으로 향했고, 몽키아라의 아침은 평소보다 한결 조용했다.
어른들만의 시간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커피를 떠올리게 된다.
아코리스의 카페 거리에서 먼저 들른 SF 카페는 생각보다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그래서 바로 옆 Tanamera Coffee로 발길을 옮겼다.
인도네시아의 유명한 카페, 국제 커피 대회에서 여러 차례 수상했다는 이야기에 기대가 컸다.
강렬한 빨간색 인테리어가 먼저 시선을 잡아끌었다.
커피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 카페이니만큼, 원두를 고를 수 있었다.
고소한 원두와 산미 있는 원두 중에서 평소와 다르게 산미를 골랐다.
그 선택이 문제였을까. 솔직히 커피는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음식 리뷰가 좋아 함께 주문한 나시르막과 볶음면도 마음을 사로잡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몽키아라에 온다면 또 들르고 싶은 곳이다.
아코리스 GF층의 야외 테이블은, 그곳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밝아지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오늘의 기억이 조금은 왜곡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글을 쓰려고 찾아보니, 곳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훨씬 많았으니까.
그래서 다시 한번 맛을 느껴보고 싶어진다.
커피타임이 끝나고 각자의 시간을 보냈다.
이런 틈새 시간이 생기면 나는 운동을 한다.
한 달이라는 긴 시간을 타지에서 아이와 함께 보내려면, 나의 체력과 마음도 잘 돌봐야 한다.
운동을 하고, 집을 정리하고, 밀린 일을 하며 흘러가는 오후.
아무 일도 없는 시간 같지만 이런 날들이 모여 한 달 살기의 중심을 만들어준다.
아이들이 학원에서 돌아오고, 오늘은 아빠들까지 모두 함께 KLCC로 향했다.
저녁은 트윈타워 근처의 NZ Curry House로 정했다.
아이들 입맛에는 맞지 않을 것 같아 출발 전 간단히 먹이고 나온 것이 신의 한 수였다.
이곳에 온 목적은 단 하나.
보기만 해도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로띠 티슈'였다.
원뿔 모양으로 길게 세워진 얇은 로띠에 설탕이 뿌려지고, 연유에 찍어 먹는 디저트.
바삭하고 달콤해 아이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맛이다.
난은 특히 맛있었지만, 카레는 현지식이라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쉽지 않았다.
그래도 로띠 티슈와 난만으로도 이곳은 충분히 기억에 남는다.
저녁을 먹고 걸어서 KLCC 공원으로 향했다.
공원 안에는 커다란 어린이 놀이터가 있다.
놀이터만 있으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지는 아이들은 이곳에서 한참을 뛰어놀았다.
가족 단위의 사람들로 붐볐지만, 분위기는 이상하리만큼 평화로웠다.
도심 한가운데에서 느끼는 느린 여유였다.
해가 지고 Suria KLCC로 이동하던 길, 분수광장에서 음악분수쇼가 한창이었다.
여기는 2곡 정도만 하고 정말 빨리 끝난다.
작년에 일부러 시간 맞춰 보려고 한참을 기다렸다가 허탈해 했던 기억이 있다.
요즘에는 음악분수쇼가 흔하기도 해서 굳이 이 시간을 기다렸다가 볼 필요는 없다.
그래서 이번에는 일부러 보려고 하지는 않았는데 우연히 시간이 딱 맞았었다.
이렇게 우연히 마주치면 나쁘지 않은 풍경이다.
집으로 바로 돌아가기엔 하루가 조금 아쉬웠다.
그래서 수리아몰로 들어가 아이스크림을 먹기로 했다.
지하 1층에 'Cold Stone Creamery'가 있다.
작년에 이곳에서 콜드 스톤을 발견했을 때, 너무 반가워서 소리를 지를 뻔 했다.
나의 임용고시 공부하던 시절 추억이 담긴 곳인데 한국에서는 이미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 시절 임용고시실과 도서관에 콜드스톤 전단지를 들고 다니며 " 뭐 먹고 싶어?" 라며 물어보던 동기 언니가 있었다. 그 질문은 즐거울 것 없는 하루 속에서 숨 쉴 구멍 같은 추억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당장 갈 것도 아니면서 뭐를 먹을지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고르며 즐거워하곤했다.
올해는 바로 그 동기언니와 같이 왔다.
콜드스톤을 보는 순간, 우리는 동시에 그 시절로 돌아갔다.
달콤한 아이스크림보다 달콤한 상상이 더 필요하던 그 시절.
그 시간을 지나 아이들을 데리고 타국에서 추억의 아이스크림을 마주하 감회가 새로웠다.
한국의 콜드 스톤에서는 차가운 돌판 위에서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곤 했지만,
여기서는 몇 번 쓱쓱 섞고 끝이다.
괜히 아이스크림도 더 빨리 녹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도 아이들은 이미 그 장면에 마음을 빼앗겼다.
차가운 돌판 위에서 만들어지는 아이스크림은
아이들에게 충분히 특별한 경험이었다.
딸아이가 작년에 먹었던 아이스크림을 또 찾는 걸 보니, 이 달콤한 기억은 아이에게도 오래 남아 있을 모양이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이 다시 가고 싶어 했던 트윈타워 기념품 숍에 들렀다.
지난번의 아쉬움을 조금 덜어내고, 그렇게 몽키아라로 돌아왔다.
오늘은 커피도, 음식도 완벽하진 않았지만 그 사이사이에 남은 장면들이 하루를 충분히 채워주었다.
이 도시에서의 시간은 늘 그렇게, 완벽하지 않아서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KLCC 공원 안에는 생각보다 규모가 꽤 큰 어린이 놀이터가 조성되어 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공원 안에 놀이터가 하나 있겠지’ 정도로 생각했는데, 막상 들어서 보니 공간도 넓고 구역도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었다.
아이들은 그 사실을 금세 알아차린다.
어른들이 느끼는 ‘넓다’는 감각보다 아이들은 훨씬 빠르게, 멀리 움직인다.
작년에 아이와 둘이 이곳에 왔을 때였다.
잠깐 한눈을 판 사이, 아이가 보이지 않았다.
몇 초였지만 체감은 훨씬 길었다.
식은땀이 나고, 시선이 바쁘게 움직이던 그 순간.
알고 보니 아이는 바로 옆 구역 놀이터로 이동해 놀고 있었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엄마!” 하고 달려오는 아이를 보며
그제야 다리에 힘이 풀릴 것 같았다.
그날 이후로 이 놀이터를 떠올리면 ‘재밌겠다’는 말보다 ‘눈을 떼면 안 된다’는 문장이 먼저 따라온다.
★ 아이 동선은 계속 확인하는 걸 추천한다
★ 추천 시간대: 오후 5시 이후
이 시간대부터는 더위가 한풀 꺾인다. 트윈타워 야경아래에 놓인 이 곳은 평화 그 자체이다.
어린이 놀이터에서 조금만 걸어 나오면 분수대와 함께 작은 물놀이터가 나타난다.
정식 워터파크는 아니지만 더운 날에는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드는 공간이다.
낮 시간대에는 특히 아이들이 많다.
옷이 젖는 것도, 신발이 흠뻑 젖는 것도 아이들에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는 수질이 조금 걱정돼 아이를 들어가게 하지는 않았지만, 이 부분은 각자의 기준에 따라 다를 것 같다.
아이의 성향, 보호자의 기준에 따라 선택하면 되는 공간이다.
★ 물놀이를 계획한다면 여벌 옷과 타월은 필수
★ 낮에는 햇볕이 강하니 모자도 함께 챙기면 좋다
쿠알라룸푸르 쇼핑몰을 다니다 보면 이미 한국에서는 사라졌지만 여기에서는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브랜드들을 만난다.
그래서 더 반갑다.
그 시절의 기억까지 함께 불러오기 때문이다.
1) Cold Stone Creamery
수리아 KLCC 지하에서 만날 수 있다. (Curve 쇼핑몰 GF에서도 보았다.)
KL 시내 쇼핑몰 곳곳에 꽤 있는듯 하다.
차가운 돌판 위에서 토핑을 섞어 만드는 아이스크림은 아이들에겐 여전히 신기한 경험이다.
한국에서 보던 것보다 퍼포먼스는 단출하지만, 아이들의 반응은 충분하다.
2) Rotiboy
1 Utama Shopping Centre에서 발견했다.
멀리서부터 퍼지는 모카번 냄새에 발걸음이 저절로 멈춘다.
예전 그 맛이 그립다면 1Utama에 갔을 때 한 번쯤 들러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