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살의 생각
요즘은 힘들다는 말을 꺼내는 게 쉽지 않아 보입니다.
가벼운 힘듦. 그니까 운동해서 힘들다, 계단을 올라서 힘들다가 아닌 하루를 절절 매고, 한숨의 쉬게 만드는 힘듦에 대해서는 말하려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조금 어린 시절로 돌아가보죠. 대학생 시절에 한숨 섞인 담배와 힘들다는 말은 마치 *버스터콜과 같았습니다. 정말 작은 힘듦에도 술집 그 좁은 구석에 작은 머리들을 맞대어 갖가지 방법으로 서로를 위로했습니다.
아직 경험이 부족하기에 모든 것이 새롭고, 작은 어려움도 크게 느껴져 혼자 해결하는 것은 제법 씩씩하고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또, 힘든 친구를 혼자 두려고 하지 않았죠. 어떻게든 데리고 나와서 밥을 먹이고 술을 먹였습니다. 돌이켜보니 참 좋은 친구들이었네요.
*버스터콜 : 만화 원피스에서 비롯되었으며, 중요한 전투나 이벤트에서 길드원을 긴급소집하는 용으로 사용되는 단어(통닭천사의 목소리가 들리네요. 그게 뭔데 10덕아).
요즘 위로의 자리는 사뭇 다릅니다. 힘든 사람은 이제 친구들 앞에서 내려놓고 무너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제 경우엔 제 추태가 그들에게 집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 오히려 아무렇지 않은 듯 가볍게 넘기려고 노력합니다. 친구들도 그 마음을 아는 것 같아 애써 무거워지지 않고 구태여 말을 덧붙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저 시원한 욕 한 번, 농담 한 번으로 위로가 전해지기를 노력합니다. 옛날보다 가벼운 위로가 되었지만 그 무게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무겁게 느껴집니다.
또 다른 관점에서는 힘듦의 정도가 타인과 비교되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힘듦'을 객관적으로 보기 어렵습니다만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저에게 일어나는 힘듦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는 힘듦이고 이 정도 힘듦을 이겨내지 못하면 각박한 세상에서 도태되는 그런 기분이 듭니다. 그러니까 더더욱 힘들다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뭐 다들 이 정도는 하고 살겠죠. 하지만, 저와 같은 걱정을 안고 있는 사람을 보면 괜히 반가운 마음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너무 곪아서 터지지 않게, 너무 자주 말해서 피곤하지 않게 힘듦을 말하는 타이밍과 빈도를 여전히 알아가는 중입니다. 힘들다고 말하는 것은 중요하니까요. 글을 쓰다 보니, 어쩌면 이 글 자체에서 힘듦이 드러나 피로를 느끼시는 분들에게 미리 사죄드립니다. 뭘 이렇게까지 생각하나~라고 말하실 것 같기도 하네요.
그래도 한 번쯤 다들 생각해 본 적 있지 않나요? 아님 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