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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에 대하여

30살의 생각

by 브레드

20대 초반까지는 일찍 결혼하고 싶었습니다. 28살, 29살에는 결혼을 하겠다는 결심도 있었습니다.

이 생각은 아마도 초등학생 때부터 이어졌던 것 같습니다. 비교적 젊은 부모님을 보고 자란 경험과 결혼한 사람들의 안정감이 좋아 보였습니다. 서로의 얼굴이 보기 싫어질 정도로 다투는 때가 있다고 들었지만 겪어보지 못한 사람으로서 흔히 농담으로 오가는 결혼의 단점들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20대 후반이 되고, 친구들이 유부남녀가 되는 과정을 보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아름다워 보였고, 편해 보였습니다. 결혼의 과정들은 쉽지 않아 보였으나, 삶을 살며 겪는 희로애락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 나의 추억이 너의 추억이 된다는 점이 단순히 연애를 넘어 더 높은 무언가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다만, 이때 쯤되니 결혼에 대한 환상이 걷히고 현실을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결혼식에 들어가는 비용, 결혼 후 주거와 삶에 대해 계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를 누구를 불러야 하는지, 언제 어디서 해야 하는지...


그러는 와중 7년간 만난 여자친구와 헤어졌습니다. 분명, 결혼한 사람들이 배우자를 선택? 할 때 느끼는 생각인 '난 이 사람과 결혼을 해야겠다'를 분명히 느꼈는데, 어쩌다 보니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새로운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왜 상대방과 결혼하기로 결심했는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연애를 한 번을 하던, 열 번을 하던 결국 결혼이라는 결실을 맺게 됩니다(대부분은 말이죠. 아닐 수도 있고). 다들 왜 이 사람과 결혼을 하겠다는 마음이 생겼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아 물론 저도 알고 있습니다. 완벽한 사람은 없고, 어느 한 부분은 마음에 들지 않다는 것을요. 지인들의 얘기와 나름의 고심을 통해서 나온 결론은 '적당히 모를 때 결혼하는 것이 베스트고, 안다면 적당히 모른 척하고 결혼하는 것이 차선책이다'입니다.


삶의 연차가 쌓일수록 다양한 직‧간접적인 경험을 하게 됩니다. 정보가 어찌나 많은지 찾다 보면 시간 가는지도 모르게 빠져듭니다. 다만, 안타까운 점은 어떠한 주제이든 긍정적인 정보보다 부정적인 정보가 더 많다는 것입니다. 자극적인 것들을 보여주려는 알고리즘 때문인지, 결혼 후 걱정, 고민, 이혼의 컨텐츠가 쏟아지고, 심지어 브런치에서도 결혼 후의 행복한 글보다 슬픈 이야기가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전시가 되니 결혼에 대한 색안경이 쓰이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상대방과 결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너무 먼 미래를 계산하고 불안해하기보다는 차라리 해버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인터넷에 떠도는 부정적인 컨텐츠는 대부분 상식적인 선을 넘어선 경향이 있기에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죠. 그러한 것들에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그분들의 힘든 상황을 폄하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응원하고 있습니다). 결혼이 아니더라도 무엇을 하든 간에 완벽한 준비는 할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많은 정보를 찾고, 노력한다고 해도 막상 마주할 경우에는 새로울 테니까요.


그래서 결론은 여전히 결혼을 하고 싶습니다. 퇴근하는 길에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것, 행복과 고통을 나눌 사람이 있다는 안정감은 점점 개인화되는 사회에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인류애가 될 것 같습니다.

결혼 후에 이 글을 읽는 저의 모습이 상상이 되진 않습니다만 아마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을 찍고 있지 않을까요?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미안하다 내 자신아. 너의 선택이니 받아들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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