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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에 대하여

30살의 생각

by 브레드

잔병치레가 조금 있었지만, 크게 아픈 적은 없었습니다.

있었네요. 유난히 저는 x꼬 쪽에 문제가 많았습니다(식사 중이시라면 죄송합니다). 19살 치질, 26살 꼬리뼈 모낭염, 29살 항문농양 의심(다행히 아니었습니다).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 19살에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치질 수술을 해서 약점이 되었다고 하더군요. 스트레스나 과로를 하게 되면 x꼬를 케어하라고 했습니다. 부끄럽네요. 하지만 여러분. x꼬는 중요합니다. 괜히 꽁꽁 숨겨져 있는 게 아니에요. 조금이라도 이상함을 느끼신다면 병원에 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를 제외하고 오히려 몸은 정직했습니다. 얇게 입으면 감기, 과식하면 체기, 무리하면 몸살. 어떠한 수학 공식처럼 원인과 결과가 확실했습니다. 나름 체대를 다니니 운동에 어려움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인과응보랄까요. 20대에 무심했던 건강관리로 인해 29살 건강검진에 새로운 질병을 얻었습니다.


이상지질혈증 의심. 즉, 혈중에 총 콜레스테롤, LDL 콜레스테롤, 중성지방이 증가된 상태 거나 HDL 콜레스테롤이 감소된 상태를 말합니다(네이버 지식백과).


네. 담배 끊고, 건강한 음식 먹고, 살 빼라고 하더군요. 어쩌겠습니까? 곧바로 샐러드를 준비했고, 담배도 의식적으로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신경도 안 썼던 것들에 제약이 들어오니 슬슬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럴수록 x꼬도 걱정되었습니다.


이런 말을 하기에는 젊은것을 알지만, 요즘 또래 친구들을 만나면 '우리도 이제 예전 같지 않아'라는 말을 자주 하게 됩니다(이 말은 아무래도 유행어가 될 것 같습니다). 친구들도 하나씩 빵꾸가 나기 시작했거든요. 밤새 놀고 뛰어댕기던 추억이 무색하게도 이제는 마음껏 놀기 위해서는 걱정이 많아진 나이가 되어버렸습니다. 혼자 있어도 이런 생각이 드는데 특히, 어떻게든 샐러드를 맛있게 먹기 위해서 저당 드레싱을 찾다 보면 괜히 속상해집니다. 이건 샐러드 때문이겠죠.


어렸을 때 멋있는 어른이 되겠다는 꿈은 건강, 인간관계, 커리어와 같은 현실적인 것들을 마주하며 자주 흔들리는 것 같습니다. 건강을 챙기려고 이런저런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저는 잼이 잔뜩 올려진 스콘을 해치우며 실실 웃고 있습니다. 해야만 하는 것들 사이에서 하기 싫은 마음과 달콤한 유혹들은 너무 많습니다. 운동과 식단 하시는 분들, 목표를 향해 나아가시는 분들이 읽으신다면 의지박약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만, 예 맞습니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력하고 있으니 너무 혼내지 말아 주세요.


샐러드를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엘리베이터보다는 계단을 타고, 너무 오래 앉아있다고 생각이 들면 잠시 산책이라도 하겠습니다. 여러분들도 건강하시길 바라지만, 그래도 스콘은 가끔 드셔주세요. 몸에 좋은 것만 먹으면 금방 지칠 것 같거든요. 가끔은 쉬어가는 하루가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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