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비속어에 대하여

by 브레드

며칠 전 여자친구와 함께 좁은 시장길을 걷다가 무심코 욕을 내뱉고 말았습니다. 그것도 감정을 한껏 실어서 말이죠. 개인적인 스트레스가 쌓인 상태에서, 신호를 따라가던 중 반대편에서 경적을 울리며 힘차게 좌회전하는 차를 보고 순간적으로 참지 못했습니다.


"야이 시x!"


순간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고, 깜짝 놀라 얼어붙은 여자친구에게 미안함이 밀려왔습니다. 아무리 기분이 나빴고 화가 났더라도, 비속어를 사용한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우리는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때 비속어를 사용합니다. 화, 짜증, 우울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뿐만 아니라 놀라움, 감탄, 심지어 행복할 때도 쉽게 비속어를 내뱉죠. 그렇다면 우리는 왜 비속어를 사용할까요?


제 생각에는 비속어가 언어에 감칠맛을 더하는 조미료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비속어가 들어가면 더 강렬하고 생생하게 전달되는 느낌이 들죠. 감정뿐만 아니라 음식의 맛, 친구의 패션 등 어떤 대상을 표현할 때 적절한 비속어는 전달력을 높이는 효과를 발휘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비속어를 듣는 입장에서는 어떨까요? 저는 카페나 술집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비속어가 거슬립니다. 특히 "존x"와 "시x"로 이루어지는 대화가 들린다면 자리를 피하고 싶어 지죠. 또한, 공적인 자리에서 화가 났을 때 감정을 욕설로 배출하는 것 역시 불편합니다. 사실 욕을 한다고 해서 감정이 풀리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주변 분위기만 무거워질 뿐이니까요.


여기서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왜 같은 비속어라도 어떤 때는 거슬리고, 어떤 때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까요? 물론, 비속어 자체의 강한 어감이 듣기 불편할 수도 있지만, 제가 생각했을 때 가장 큰 이유는 비속어를 사용하는 상황과 감정에 대한 공감 여부입니다.


예를 들어, 영화나 드라마 속 배우가 욕을 하는 장면에서 불쾌함을 느낀 적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극의 흐름에 몰입하면 함께 욕을 하게 될 때도 있죠. 또한, 웅장한 콘서트나 심장이 뛰는 스포츠 경기를 볼 때 나오는 감탄사처럼 쓰이는 비속어는 공감대를 형성하며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이때의 비속어는 감정을 강조하는 조미료 역할을 하며, 같은 감정을 나누는 사람들 사이에 소속감과 동질감을 형성하기도 하죠.


반면, 제가 듣기 불편했던 경우는 정반대의 상황이었습니다. 그들의 감정과 상황을 전혀 공감하지 못할 때, 혹은 같은 공간에 있어도 감정의 온도가 완전히 다를 때, 비속어는 소화하기 어려운 존재가 됩니다.


비속어가 일상어가 된 것 같은 지금, "비속어를 절대 사용하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언어는 끊임없이 변화하며, 새로운 비속어가 계속 탄생하는 것을 보면 비속어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언어의 일부로서 역할이 있으나, 그것이 관계와 분위기에 미치는 영향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즉, 때와 장소, 상황을 가려서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사실, 서른이 되어보니 정말 가까운 친구와 있을 때가 아니면 비속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쓰다 보니 이 글의 목적이 비속어에 대한 고찰보다는 비속어를 쓴 저를 열심히 변호하는 기분이 듭니다. 역시 듣기 좋은 말은 아니거든요.


어쨌든, 결론은 이렇습니다. 비속어는 우리가 원하는 감정을 더 강하게 표현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줄 수도 있는 양날의 검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언제, 어디서, 누구와 함께 있을 때 사용하는지에 대한 신중함이 아닐까요? 때로는 침묵이 더 강한 메시지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하며, 현명하게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keyword
이전 05화스트레스 해소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