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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에 대하여

by 브레드

며칠 전부터 빠더너스의 문상훈 님의 말이 머릿속을 맴돕니다.


10대 때 듣던 노래들, 좋아하던 것들이 30대 중반에 바닥날 위험이다. 이게 위험한 이유는 시간이 지나면서 듣던 노래만 반복해서 듣는 아저씨가 되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안 쓰던 표현이나 단어, 물건들을 새롭게 시도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가요? 저는 이 말에 깊이 공감합니다. 지금까지 제가 즐겨 듣는 윤종신 님의 노래, 좋아하는 옷 스타일, 심지어 입맛까지 웬만한 취향은 주로 10대에 만들어졌습니다. 20대에는 새로운 시도 해보려 이런저런 경험을 해봤지만, 정착된 것은 많지 않고 여전히 10대 때 뿌리를 내린 취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익숙한 것들이 편해서 그럴까요?


하지만, 익숙한 것에 점점 실증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확고했던 취향 앞에서 망설인적이 있나요? 음악 앱을 켜놓고 한참 동안 무슨 노래를 들을지 고민만 하다 꺼버린 적. 배가 고파 메뉴를 찾다가 결국 아무것도 고르지 못한 그런 경험이요. 결국에는 듣던 노래, 먹던 메뉴를 선택하지만, 그 과정에서 느끼는 망설임이 낯설게 느껴집니다. 예전에는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했는데, 이제는 '덜 선호하는 것을 제외하는' 방식이 더 익숙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이런 날들이 반복되면서 문상훈 님의 이야기가 다시 떠올랐고, 취향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 가지 걱정이 스쳤습니다. 혹시 취향을 잃어버리면 무(無) 색의 사람이 되어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요.


누군가 저에게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라고 묻는다면, 보통 나이와 거주지, 그리고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할 것 같습니다. 음악, 영화, 운동에서의 취향을요. 그런 대화를 나누다 보면 '나는 100% 이런 사람입니다!'라고 단정할 수는 없어도, 적어도 어떤 분위기인 사람인지는 짐작할 수 있을 테니까요. 어쩌면 취향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바이브를 대변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자신의 색을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처럼 느껴지죠. 그래서인지 나를 표현하는 도구가 변화하거나, 상실하는 모습에서 저는 순간 정체성이 흔들리는 듯한 불안함을 느낀 것 같습니다.


취향은 변할 수 있고, 좋아하던 것들에 실증을 느끼는 것은 이렇게 거창하게 글을 쓸 필요도 없을 만큼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취향이 변한다고 과거의 모습과 현재의 인격체가 변화하는 것도 아니구요. 그저 과거의 큰 도화지에 입혔던 색들에서 다른 색들로 빈칸을 채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혹시 취향이 선명하지 않다고 느끼는 분들이 있다면, 너무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빈칸이야 많이 남아 있고, 그렸다 지웠다 하는 과정이 다채로운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가는 거라고 생각하니까요. 결국은 자신의 확장하는 과정이 아닐까요? 네. 사실 저한테 하는 말입니다.


그럼 저는 이만 새로운 취향을 찾아 떠나보겠습니다. 혹시 추천하고 싶은 자신만의 취향이나, 요즘 꽂힌 것들이 있다면 공유해 주세요. 어떤 장르도 괜찮습니다. 한 번 도전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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