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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에 대하여

by 브레드

영화 리플리를 봤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했습니다.

커져가는 거짓말과 언제 들통날지 모르는 불안감보다, 주인공의 모습에서 제가 보이는 것이 제일 힘들었습니다.

순간을 모면하려 항상 긴장하고 생각하는 모습이 저와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저는 인정에 대한 결핍이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실망감을 주는 것이 두렵고, 남들보다 ‘잘’하는 것에 강박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한참 실수와 실패를 많이 해야 하는 나이에, 거짓말로 이리저리 도망 다녔습니다.

잘못을 인정하고 시선을 이겨내는 것보다 거짓말이 훨씬 쉬운 선택처럼 느껴졌습니다.

노력 끝에 성장하는 것보다, 거짓말을 하는 것이 더 재능 있어 보였습니다.


시간이 지나 대학원에 갔을 때쯤, 더 이상 거짓 노력과 재능이 통하지 않을 때쯤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은 다 알고 있었다고. 완벽했던 거짓말은 그들이 눈감아 준 것이었고, 저는 알량한 자존감만 지킨 사람이라는 것을요.

차라리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바로 잡는 것이 관계와 일에 훨씬 도움이 된다는 것을 너무나 늦게 알았습니다.


꽤나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그 습관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제 노력과 결과에 비판에 인정보다는 거짓말을 하고 싶어 집니다.

결핍과 이상이 주는 유혹은 여전히 달콤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이 마음과 마주해야겠지요.

언젠가 이 글을 읽을 때,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어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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