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특정 종교의 권유나 비하의 목적이 없으며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임을 밝힙니다. 만일 그러한 느낌을 받으셨다면, 이는 작성자의 미숙한 실력 탓이니 깊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저는 무교입니다.
서른이 되기 전 여러 종교를 접할 기회는 있었지만, 끝내 그 어떤 종교에도 발을 들이지 않았습니다. 제가 봐왔던 종교의 모습은 다소 긍정적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앉아있기만 해도 간식 준다던 친구 말을 듣고 따라간 교회에선 백 명이 넘는 사람들 앞에서 신앙 포부를 말하라 했고, 절에선 오랜 세월 장사로 상한 무릎을 108번 꿇는 할머니의 뒷모습을 오래도록 지켜봤습니다. 이러한 장면을 보며 '대체 무엇이길래, 누구를 믿기에 저렇게까지 해야 하지?'라고 묻고 싶었습니다.
삶의 어려움을 해석하는 방법도 달랐습니다. 역경을 신앙심의 시험이라거나 전생의 업보로 해석하는 것은.. 왜인지 내 삶의 책임을 내가 아닌 무언가에 넘기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종교와 종교인을 대하던 제 시선이 짧고 편협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들은 누군가의 강요로 행동하는 것이 아닌 저마다의 이유를 가지고 있었으며, 그런 행동을 통해 저마다의 방식으로 안식을 찾는 것 같았습니다. 때로는 신앙심과는 무관하게, 종교가 주는 소속감과 커뮤니티 안에서 아늑함을 찾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또, 종교인으로서 삶을 대하는 태도가 마음에 들어 철학적인 이유를 가진 사람도 만나게 되었습니다.
모든 종교인이 신앙심이 두텁지 않을 수도 있으며, 비록 신을 믿지 않더라도 종교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물론 깊은 신앙을 가지신 분들도 만났습니다). 어쩌면 넓은 의미에서 종교는 신앙심, 그러니까 누군가를 무엇을 믿고 싶다는 것을 넘어 그것들이 이루는 사회와 문화까지 봐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여전히 종교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누군가는 신을 믿고, 누군가는 사람을 믿으며, 누군가는 믿지 않음을 믿습니다.
아마도 이런 각자의 믿음을 존중할 때, 우리는 비로소 함께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독이 되듯, 신앙도 종교도 적당함과 이해 위에 놓일 때 건강할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