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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글 벗어나기, A to Z!

by rainstorm

세상에는 어제 술 마시고 필름 끊겼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엘리베이터에서 자고 있더라 같은 뻘짓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다채로운 글쓰기를 할 수 없다는 것, 즉 목적이 없거나 모르고 쓴 것은 반드시 벗어나야 할 뻘글이라 하겠다.


논증하랬더니 설명을 하고 있거나, 설명하랬더니 묘사만 하고 있다면, 축구 경기에서 슛을 지를 때마다 골대에 맞추는 격이자, 뷔페에서 메인 요리 놔두고 샐러드만 먹는 사람과 거기서 거기, 도긴 개긴이라 할 것이다.


글에는 회전하고 꺾이고 흔들리는 스릴 만점의 짜릿한 맛깔이 있다. 설명, 논증, 묘사, 서사 같은 입체적인 글쓰기로 독자의 마음을 울리고 사로잡는 것이라고나 할까. 이처럼 알고 보면 매력적이고 개성 만점의 다양한 쓸모가 있는 기술을 두고 일반적으로 능수능란·자유자재의 다채로운 글쓰기 스킬이라고 한다.


1. 5분 투자로 시작하는 다채로운 글쓰기 혁명!


최고급 만년필 하나면 글쓰기 master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리라. 또한 원한다 해서 유명 셰프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는 욕심은 누구나 가지고 있듯이 나 또한 글쓰기를 잘하고 싶은 욕심이 컸다.


하지만 내 글쓰기는 오래된 LP판처럼 어렸을 때부터 주로 일기장 같은 유형의 글만 썼던 것 같다. 동굴 속에서 100일 동안 쑥과 마늘만 먹는 곰처럼, 끈기와 인내를 바탕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감상문에 그쳤다.


그때는 딱 봐도 초보? 아니, 우물 안 개구리만큼 서툴러서 다채로운 글쓰기라는 개념에 대해 숨고르고 살펴볼 틈도 없었다. 장인이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도자기를 만들듯이 나는 글쓰기계의 고집불통, 그저 나만의 방식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정보형사가 되어 생계형 보고서 작성법을 아는 것이 나에겐 숨겨진 보석처럼 완전 매력덩어리라는 생각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글쓰기 이론서에서 자주 등장하는 「다채로운 글쓰기」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설명문, 논증문, 서사문, 묘사문 등 여러 가지 글쓰기의 유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지고 글을 쓴다는 것에 벼락 맞은 참새처럼 정신이 멍해졌다. 그때부터 나는 조금씩 글쓰기의 폭을 넓히고 글쓰기의 능력치를 풀파워로 올리고자 했다.


하지만 다채로운 글쓰기를 실제로 시도해 보니 글쓰기는 나에게 아무리 노력해도 넘을 수 없는 높고 두꺼운 만리장성 같은 벽이었다. 피의자 신문을 통해 조서를 작성할 때 증거 불충분으로 기각되는 주장만 받아 적는다면 어떻게 될까. 이처럼 설명문, 논증문, 묘사문, 서사문 작성은 무협 고수의 길과 같아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눈 감고 슛하는 축구를 본 적이 없음을 떠올리게 되었다. 글쓰기에서도 이와 같이 목적 없는 뻘글을 쓰는 것은 결국 고장 난 글쓰기를 의미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글쓰기의 여러 유형을 시도하면서 나만의 글쓰기 능력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식을 경험하고 연습해야겠다며 청양고추 씹은 것처럼 글쓰기의 매운맛을 제대로 보았다.


결국, 한 우물만 파는 장인이나, 익숙한 맛만 고집하고 새로운 맛은 시도조차 하지 않는 미식가는 변변찮은 글쓰기 흙수저나 귀머거리와 궤를 같이한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글을 쓸 때마다 점차 다른 유형의 글을 시도하면서 유치원생 수준을 중학생, 고등학생 레벨의 근육으로 키워나가고, 어려움을 극복해 갔다. 동네형 글쓰기 바보였기에 처음에는 전문가 흉내라도 내볼 생각뿐이었지만 누구나 충분히 할 수 있는 분야이고 글쓰기 쫄보인 나와 같은 사람들이 도전해야 하는 영역임을 깨달았다.


2. 다양한 스타일을 넘나드는 글쓰기 샘플


가. 돈과 사랑의 의미에 대해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속담만큼이나 오래된 설명 하나가 있다. 「사람들은 돈으로 고통받고, 사랑으로 상처받는다」는 것이다.

돈이란 만능해결사니 날개니 인생의 기름 같다고들 한다. 그리고 사랑 역시 계속하고 싶고, 힘들 때 위로가 되고 행복하게 해주는 것으로 우리 삶에서 숨 쉬는 것만큼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따뜻한 밥상, 편안한 잠자리, 멋진 옷을 선물해 주는 천사의 얼굴을 가진 돈이지만 잘못 쓰면 통제불능의 야생마처럼 날뛰며 우리를 위험에 빠뜨린다.


설렘과 기대감으로 가득하고, 언제나 맑은 날씨만 계속될 것 같은 사랑도 흐린 날씨처럼 권태기나 갈등이 찾아오기도 하고, 이별은 태풍처럼 모든 것을 휩쓸어버리기도 한다.


돈 때문에 사랑을 잃거나, 사랑 때문에 돈을 잃는 경우가 종종 있다. 두 개의 날개가 균형을 잃으면 추락할 수 있다. 이처럼 돈과 사랑은 날개나 도박 같아서 추락하기도 하고, 실패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설) 우리 삶의 축이라고도 하는 돈에 대한 집착이 우리를 울게 만들고 힘들게도 만드는 등 불행을 초래할 수 있고, 위로와 행복을 가져다줘야 할 사랑은 이별, 배신, 갈등이라는 그림자나 상처를 남긴다. 이 글은 돈과 사랑이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과 고통 등 힘들게만 느껴지는 세상을 현실감 있게 설명한 글이다.



나. 용돈을 둘러싼 부모와 자녀의 갈등은 끝없는 전쟁 같을 때가 있다. 빌린 돈을 갚지 않는 친구는 악덕 채권자보다 더 무섭다. 돈 관리 주도권을 둘러싼 부부의 갈등은 치열한 권력 다툼과 같기도 하다. 이처럼 사람들은 돈 때문에 셀 수 없는 갈등을 겪는다.


돈 때문에 가족끼리 불화가 생기는 모습은 막장 드라마보다 더 심각하고, 돈 때문에 친구와 싸우고 절교하는 모습에 웃을 수만도 없는 현실이다. 돈에 눈이 멀어 범죄를 저지르고 감옥에 가는 일도 종종 일어나는 안타까운 일이다.


사랑은 씁쓸한 커피처럼 아픔과 슬픔을 동반하기도 한다. 사랑은 복불복 게임처럼 어떤 맛을 보게 될지 예측 불가능한 맛이다. 이별의 아픔은 칼로 심장을 찌르는 듯한 고통과 같고, 짝사랑의 아픔은 가슴에 돌덩이를 얹어놓은 듯한 답답함을 안겨준다.


천사의 얼굴을 하고 만병통치약처럼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사랑 같지만 칼날로 심장을 도려내는 고통을 주고, 배신으로부터 뒤통수를 망치로 세게 얻어맞은 듯한 충격들은 가장 흔한 사랑의 상처들이다.


해설) 상대성 이론 보다 늦잠의 중요성을 더 강조했던 아인슈타인의 권위를 인용했다면 혹 모르겠지만 그저 「라면은 정말 최고의 음식이더라」처럼 얼버무리는 식의 주장을 종종 하게 된다. 그러나 이 글은 사람들 사이에서 돈과 사랑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매우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근거들을 활용해서 주제문을 논증하고 있다.



다. 유산 상속을 둘러싼 가족 간의 갈등은 오버 드라마보다 더 흥미진진하다고들 하지만 돈 때문에 가족 사이가 멀어지는 것으로써 심심치 않게 우리 주변에서도 볼 수 있다.

돈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는 시한폭탄처럼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안감이나 만병의 근원이다. 돈에 눈이 멀어 건강을 돌보지 않고 일하다가 과로사에 갇히기도 한다.

사랑은 눈물을 선물한다. 슬픈 영화처럼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울고 웃는 경험을 하게 된다. 세상을 온통 핑크빛으로 물들게 하고, 사랑하는 사람의 모든 것을 아름답게 만들지만 그 뒤에는 슬픔, 억울, 고난 같은 상상 이상의 눈물이 숨겨져 있다.


골목길 모퉁이, 한 남자가 술에 취해 흐느끼고 있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슬퍼하고 있다.

해설) 이 글은 삶에서 겪는 슬픔, 분노, 질투 등 마음속 천 개의 감정을 뒤섞여 놓으려 하고 있다. 유산 상속과 관련된 가족 갈등, 돈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와 건강의 악화, 그리고 사랑의 슬픔 등 모든 것들이 돈과 사랑의 영향임을 감탄이 절로 나올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라.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사업에 뛰어든 김동선은 어느 날, 그는 정글 같은 직장에서 믿었던 동료에게 날카로운 발차기의 뒤통수 배신으로 모든 돈을 잃었다. 돈을 좇던 욕망은 부메랑이 되어 그에게 돌아왔고, 그는 고생 끝에 낙이 온 거지처럼 빈털터리 신세로 거리에서 방황했다.


또한 그는 사랑의 훼방꾼이었던 명자의 방해로 인해 미숙이와 관계가 이별의 위기에 놓였다. 그는 결국 최선의 선택이라며 미숙이에게 이별을 통보했지만, 폭풍처럼 모든 것을 휩쓸고 지나간 이별의 아픔과 상처는 긴긴밤을 잠 못 이루고 울게 만들었다. 시간이 약이라지만 흉터는 없어지지 않았다.


해설) 이 글은 계획대로 되는 건 1도 없는 김동선이라는 인물의 인생 여정으로써 동료의 배신과 사랑의 훼방이라는 두 가지 주요 사건을 통해 빙빙 돌려 말하지 않고 주제문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서사적인 글이다.


3. 마무리

이처럼 동일 주제에 대한 다양한 글쓰기는 주제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 사고력 및 표현력 향상, 독자와의 소통 증진, 실용적인 글쓰기 능력 향상(상황에 맞춘 적절한 글쓰기, 학업, 업무, 일상생활 등 다양한 영역에서 효과적 활용)등 글쓰기 하나로 별별 능력을 다 갖게 해주는 글쓰기계의 팔방미인이자 아이폰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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