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괴롭힘, 직장성희롱 그 애매한 사이
나를 괴롭히던 담당자는 인사관리 및 경영지원에 대한 전반적 업무를 하던 부서의 말단 사원이었다.
나이는 40대였으나 아직도 사원이라는 점이 의아할 뿐, 그래도 철밥통과 시한부 계약직의 파워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던 것이었다.
내가 과연 그 더러운 거래를 받았다면 뭔가 달랐을까?
지금도 구역질이 나고 손발이 떨릴 만큼 경멸스럽기는 매 한 가지이다.
당시에는 미투가 없었다.
미투가 생기기 전에는 직장 성희롱은 그저 흔한 일이었다.
그 대기업은 분야 자체도 건설 관련 업종이었기 때문에, 건설 특유의 남초와 접대문화, 은근한 성희롱은 요즘 사람들이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아직까지 떨쳐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 담당자는 여직원 중에 마음에 드는 여직원에게 껄떡대는 행동을 보였다.
내가 오기 전에는 20대 초반의 여직원에게 그랬고, 여직원들이 피해 다녔었다.
내가 오고 나서는 나에게 마치 특별한 혜택(무기계약직)을 본인이 주는 것처럼 당당하게 친한 척을 했고, 나는 친한 정도는 괜찮았지만 다른 여직원들처럼 무조건 들이대기엔 내가 너무 센 게 문제였던 것이다.
나는 30을 딱 넘긴 해였다.
직장에서 업무로 인정받고, 계약직만 있는 경리직 여사원들은 죄다 내가 교육시켜서 들어왔기 때문에 모두가 사이도 좋았고, 내가 속한 팀도 사람들이 친절해서 나는 날개를 단 듯 행복한 회사생활을 했는데, 그 망할 놈이 모두 망친 것이었다.
내가 올리는 모든 결재는 우리 팀 담당자와 프로젝트 팀장을 거쳐 경영지원부의 말단 사원 놈 그리고 부서장, 혹은 그 위로까지 결재가 올라가는데 중간에 떡하니 버티고 있어 꽤나 치졸한 시간들이 되었다.
정말이지 유치한 부분부터 시작된 괴롭힘은, 아침에 인사 안 하고 정색하기부터 소소하게 발동되더니,
나를 뺀 나머지 여직원들만 모아 몰래 밥을 사주고(법인카드)
정색하며 너는 나보다 아래라는 식의 말 자르기, 권한과 자격 운운하며 짓누르기.
몸이 아파 병원을 가든, 일이 있어 은행을 가든, 심지어 화장실 갈 때마다 어딘지 문자 하기.
중요한 결재를 꼬투리 잡아 반려하고 자리를 비우는 등 업무에 지장을 주기 시작했고,
(그럴 때면 나는 우리 팀 예산 관련 직원이나 부서장님께 말을 좀 해달라고 하면 실시간으로 해결되었다)
그렇게 영혼 깎아먹기 식의 맹렬한 전쟁은,
각 부서에 펼쳐져 있는 친한 말단 사원들끼리 바이러스처럼 퍼트려지는 이상한 나의 소문과, 성적 험담으로 치솟고 나중에는 결국 나의 재계약 결렬까지 오게 되었다.
연말이었다.
휴가를 앞두고 책상을 정리하던 나에게 그 망할 놈이 면담을 요청하더니
(휴가도 망할 놈이 결재하는 이상한 시스템)
"너 3월에 퇴사해야 돼. 그렇게 됐다."라고 말했다.
마치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던져 버리듯 손쉽고 간단하게 말했다.
이유는 "내가 힘썼는데 안되더라, 미안하다"였다.
그 망할 놈의 말 한마디로 나는 짓밟혔던 것이다.
무기계약직을 기대하며 계약 만료일을 기대하던 나는 순식간에 무너졌다.
당시에는 너무 황망해서 울음이 나오지 않았다.
혼이 빠진 모습으로 퇴근 후에 차를 타고 오는데 잠시 신호가 걸려 기다리다가 문득 갑자기 한 여름의 소나기처럼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결국 그 눈물은 멈추지 않았고, 어떻게 운전을 하고 왔는지도 모를 만큼 눈물 콧물이 휴지를 다 써도 감당이 안될 정도로 오열했다.
순진하게 믿은 나 자신에게 분하고 화가 나서 마치 누가 억울하게 죽은 것처럼 울부짖고 소리치며 울었다.
나는 가족들과 살았기 때문에 부모님 앞에서 울 수는 없고, 나에게는 나의 작은 경차가 내 온전한 공간이었다.
주차장에서도 한참을 넋을 놓고 있다가, 부은 눈을 들키지 않으려고 고개를 숙인 채로 방에 들어갔다.
그렇게 간단히.
무릎을 꿇어버린 나의 짧은 계약직은, 불처럼 내 30대를 녹여버리고, 크리스마스를 앞둔 연말은 패닉 상태가 되어 그렇게 암울하게 보내게 되었다.
당시 고작 한 달쯤 만나던 남자 친구는 본인 때문에 내가 휴가를 맞췄지만, 그날 갑자기 본인 일도 힘이 드니 본인부터 스트레스를 풀겠다며 무려 강원도 정선 카지노로 떠나버렸다.
참 힘든 하루였다.
나의 연말 휴가는 기쁨도 보람도 파티도 없이, 이별과 퇴사를 안고 혼자 그렇게 고민만 하다가 끝나버렸고, 나는 사무실로 복귀하게 되었다.
그리고 괴롭힘 그것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