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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했던 기억

by JJ

올해는 최적화된 삶을 위해 노력을 많이 해야겠다. 건강을 위해 더 노력하고, 투자를 위해 더 노력하고 질 좋은 삶을 위해 더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 아내는 요즘 직장생활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오랜 시간 전업주부 생활을 마감하고 야심 차게 직장 생활을 시작했는데 쉽지 않은 모양이다.


직장 내 패거리 문화가 있는 모양인데 대체로 이런 패거리들은 질이 좋지 않다. 그중에도 우두머리가 가장 악질인 모양인데 아내의 강직한 성격 탓에 아부를 하거나 비위를 맞추지 못해서 힘이 든가 보다. 직장생활 30년 차인 내가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었지만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겠다. 오히려 내게 짜증을 낸다.


나에게 짜증을 부리는 것도 답답한 이 상황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 중 하나로 생각된다. 직장생활을 30년 하면, 직장 생활하면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경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어떤 직업이든 한 분야에 오래 몸담고 있으면 나름의 노하우가 생기 고수의 반열에 오른다고 생각한다.


아내의 직장생활에 건투를 빈다. 나도 화가 치밀어 오지만 흥분하면 안 된다. 내가 나설 일이 아니므로 일단 들어주고 있다. 어디 가든 빌런이나 쓰레기 같은 인간이 꼭 있다. 죽여도 죽여도 어디선가 또 기어 나오는 바퀴벌레 같은 인간들이 있는데 어쩔 수 없다. 주기적으로 방역을 하는 수밖에.




오랜만에 가족 여행을 다녀왔는데 나름의 즐거움이 있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어린 데로 즐거움이 있고, 성장을 하고 나면 성장한 데로 매력이 있다. 늘 새로움을 안겨 준다. 반려동물과 인간의 가장 큰 차이는 이것이다. 인간은 창의적인 즐거움을 준다. 계속 변하고 성장하고 있기에 계속 새로운 즐거움, 또는 속상함(?)들이 공존한다.


보통의 여행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다니게 된다. 그래서 폼나는 여행이 아니더라도 함께 있는 것 만으로 여행이 즐거운 것이다. 그러나 간혹 의무적으로 다녀야 하는 여행도 있다. 여행은 만족도가 중요하다. 남,녀간의 연애나 부부간의 스킨십도 현란한 기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진정성과 공감이 먼저인 것이다.


여행도 비슷하다. 멀리 가고 돈질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질(質)이 중요하다. 얼마나 나와 마음이 맞고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가느냐가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여행이 아주 지루하고 악몽 같은 시간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혼자 가는 여행은 자주 하면 좋지 않다. 내 개인적인 취향은 그랬다.



어쩌면 우리는 행복했던 그때의 기억 하나로 세상을 살아내는 지도 모르겠다. 아무것도 몰랐던 어린 시절의 행복했던 기억, 학창 시절의 즐거웠던 기억, 청춘의 즐거웠던 기억, 연애의 즐거웠던 기억, 아이를 낳았을 때의 신비롭고 경이로운 기억, 군대에서의 힘들지만 값진 기억, 한 때는 열정적으로 일했던 직장생활의 기억.


모두 지나간다. 모든 기억들은 영원하지 않고 지속되지 않는다. 태어나서 한 번도 힘든 적이 없고 늘 즐겁고 행복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즐거움의 시간은 생각보다 짧다. 그 보다 더 긴 인고의 시간들을 살아내야 하는 것이 인간이다. 인고의 시간들을 어떻게 즐거운 시간으로 만들 것인가의 여부가 위너와 루저의 차이다.


놀아야 힘이 나는 나로서는 주기적으로 놀아야 한다. 유희(遊戲)와 힐링이 필요하다. 내게는 풍류(風流)를 즐기는 DNA가 있다. 조상을 거슬러 올라가면 분명 그런 조상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이 된다. 정자(亭子)에 앉아 흐르는 물을 보며 술을 한 잔 할 때 세상에서 가장 큰 기쁨과 행복을 느낀다.


허나 항상 니나노쉽으로 살 수는 없다. 냉정과 열정을 반복하며 끝까지 버텨내야 하다. 가만히 앉아서 염불 외고 있는 수도승의 삶은 행복할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같아도 번뇌가 있을 것이다. 삶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힘들고, 이것저것 많이 해도 힘들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몰라서 행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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