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만 오면 조건반사적으로 집밖으로 뛰어나가 거리를 쏘다닌다. 강아지처럼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눈을 즐긴다. 서울은 길위에 쌓여있는 눈을 볼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다.
어렸을 때는 눈이 내리면 길거리 아무 곳에서나 썰매를 탔다. 그때는 도로가 지금처럼 발달되지 않아서 눈이 오면 무작정 아버지께서 만들어 주신 썰매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내가 어른이 되고 아이들과 썰매를 탈 때는 눈썰매장에서 썰매를 탔다. 옛날처럼 낭만은 없지만 아이들과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었다.
그때는 스마트폰도, 온라인 게임도, 유튜브도, 넷플릭스도 없었다. 그래서 커다란 눈 사람을 만들고, 썰매를 타고, 잣치기를 하고, 망까기를 하고, 오징어 게임을 하고, 축구를 하고, 야구를 하고 자전거를 타고, 라디오를 듣고, 음악을 듣고, 손 편지를 썼다.
때가 되면 송편을 만들었고 전을 부치고, 떡국을 먹고, 팥죽을 먹고, 삼계탕을 먹고, 쥐불놀이를 하고 오곡밥을 먹고, 김장을 했다.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살기는 편해졌는데 재미없는 세상이 된 것 같다. 스마트폰과 쿠팡만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아이들에게 일부러라도 바깥활동을 하게 하려고 한다. 가끔은 불편한 경험도 해보게 한다. 온라인 말고 바깥에서 직접 눈으로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하게 하려고 한다. 그래야 많은 것을 공감하고 많은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 앞으로는 그런 사람들을 더 필요로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리더가 되어야 한다.
(북악스카이웨이 팔각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