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여자가 남자의 어깨에 기대 잠을 잔다.

by JJ

지하철에서 한 여자가 남자의 어깨에 기대 잠을 자고 있다. 남자의 왼쪽 팔을 붙잡고 양손은 깍지를 꽉 끼고 있다. 잠을 자고 있는 것인지 그의 심장소리를 듣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지하철 창문으로 비추는 햇살이 그녀의 머리를 비춘다. 머리카락이 햇살에 반짝인다. 잠든 그 녀의 표정이 무척 편안하고 행복해 보인다.


아름답다.

부럽다.


나의 어깨에 누군가 잠이 든다는 것. 혹은 내가 누군가의 어깨에 기대어 잠이 든다는 것은 행복한 경험이다. 여인과 저 남자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10년 20년이 지나도 그 모습이 변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때도 지하철에서 서로 어깨를 빌어 잠을 잘 수 있기를 바란다.


남, 녀가 진정으로 평등한 시대가 오려면, 남자도 여자의 어깨에 기대에 편히 쉴 수 있어야 한다. 그러고 싶다. 그 풍경이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시대가 와야 한다.


사랑하면 무엇을 해도 즐겁다.


아이처럼 사랑해야 한다. 내가 아이를 키우면서 느낀 것은 사랑하는 사람과는 무엇을 해도 즐겁다는 것이다. 순수해서 그렇다. 김치에 라면을 먹어도, 허술한 캠핑장에 가서 캠핑을 해도, 고무다라이를 끌고 눈 밭을 뛰어다녀도 즐겁다는 것이다. 사랑하면 힘든 것도 즐거움이 되는 것이다.


아픈 아이를 간호하는 엄마.

몇 날, 며칠, 몇 달을 병원에서 고생을 해도 힘들지 않다. 아이가 건강해져서 퇴원만 한다면..... 사랑하니까 가능한 것이다. 사랑에 확신이 서지 않을 때 내가 어느 정도까지 희생을 할 수 있을까를 구체적으로 상상해 보자. 그것이 그 사랑의 실체다.


사랑도 변할 수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견고해질 수도 있고, 시간이 흐를수록 퇴색할 수도 있다. 변하고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매 순간 영원히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것이 사랑을 지키는 일이다. 사랑도 쌓아 올리기는 어렵고 무너지기는 쉽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