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가장 쉽고도 어려운 말,
가장 흔하고도 귀한 말.
사랑한다는 말이 내게는 왜 그렇게 낯설고 어색한지 모르겠다. 불행하게도 나의 부모님, 나의 형제, 심지어 나의 아내에게까지 사랑한다는 말을 해 보지 못했다. 나는 그들을 사랑한다. 그런데 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이 어색하고 어렵다.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하며 사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일단 그런 대상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고, 두 번째로 내 감정도 여유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딸에게는 어릴 적에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했다. 중, 고등학교 올라가면서 사랑한다는 말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그런데 가족 중 유일하게 중학생인 아들에게는 지금도 사랑한다는 말을 한다.
얼마 전 아들의 생활태도 때문에 잔소리를 좀 했다. 입을 댓 발 내밀고 짜증을 내길래 혼을 냈다. 전문가들은 그럴 때 혼을 내지 말라고 한다. 생각해 보면 그럴 수도 있는 일이다. 아이들도 감정이 있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짜증도 내고 화도 낼 수 있다.
아빠들과 엄마들의 교육철학이 다른 것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나는 아이들은 자주적으로 키우고 싶다. "뻥튀기를 튀기며 살아도 네가 좋으면 그렇게 살아라. 단 네가 선택이니 네 인생에 책임을 지고 후회는 하지 말아라" 이렇게 말한다.
그러나 엄마들에게 "뻥튀기"는 절대 안 될 말이다. 가치관이 다르니 소통에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아빠의 무관심이 집안의 평화를 만들고 엄마의 정보력으로 아이들의 성적이 오른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아이도 그 삶을 원하느냐가 중요하다.
가치관이 틀리니 방법도 다르다. 방법이 틀리면 생각이 올바르다 손치더라도 결과가 좋지 못한 경우가 많다. 목적이 좋아도 계엄은 아니듯이...... 엄마들은 기, 승, 전, 성적으로 대화가 마무리된다. 아이들이 어릴 적에는 훈육과 교육의 문제로 아내와 자주 다투었다. 문제가 없는 아이를 문제아로 만들면 안 된다.
어제도 아들에게 사랑한다고 했다. 내가 생각해도 신기하고 놀랍다. 연애 때도 해보지 않는 "사랑해"를 중학생 아들에게 하고 있다. 그날 야단을 쳤을 때 아들은 울면서 짜증을 냈다. 억울하고 화가 났던 모양이다. 침대 위에 앉아서, 벽에 등을 기대고 게임을 하고 있는 아들에게 말했다.
"OO아, 너무 늦게까지 게임하지 말고 자. 사랑해^^"
아들은 대답도 하지 않고, 내게 눈길 한 번도 주지 않고 게임에 몰입해 있다. 그래도 괜찮다. 밖에서 나쁜 짓하고 돌아다니는 것보다 집에서 얌전히 게임하고 있는 것이 훨씬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