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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토끼는

by JJ

개가 물어 죽었다고 한다.


몇 년 전 근린공원에 개 3마리를 풀어놓고 산책을 하는 미친놈이 있었다. 주의를 줬지만 막무가내였다. 구청과 시청에 민원을 넣었다.


그 후로도 몇 개월간 그 미친놈은 개를 풀어놓고 계속 산책을 했다. 6개월쯤 지나자 개도 개주인도 보이지 않았다. 이사를 간 것인지, 심경에 변화가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 후로 3년이 지난 지금까지 보지 못했다.


개는 죄가 없다.

개주인이 문제다. 주인 잘못 만나서 죄 없는 개까지 미워 보이는 것이다. 예전에 그놈하고 비슷한 놈이 어디서 나와서, 개 관리를 잘못하여 평화롭게 풀을 뜯어먹고 있던 토끼가 물려 죽은 것이다. 묻지 마 살인이다.


토끼는 혼자 산책하는 내게 힐링을 주는 존재였다. 그동안 토끼에 전혀 관심 없었지만 자주 보니까 정이 들었나 보다. 사람들의 손을 타서인지 산책을 하면 내 주위를 졸졸 쫓아다니곤 했다. 그런데 개에 물여 죽었다니 정말 화가 났다.


가뜩이나 몰지각한 개주인들 때문에 요즘 개들도 이뻐 보이지 않는데 말이다. 지난번에도 썼지만 나도 어릴 때 개를 키웠고 지금도 개를 좋아한다. 다만 반려견, 애완견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는다.


그냥 이쁜 개, 귀여운 개, 사랑스러운 개다. "개"는 개로 남을 때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는 인간에게 가장 친밀하고 사랑을 많이 받는 동물이다. 그러나 개는 말을 하거나 글을 쓰지 못한다.


개는 개답게, 인간은 인간답게.

그것이 가장 성숙한 관계라고 생각한다.


동네사람들이 지나가며 사료를 주는 가 보다. 익숙하게 받아먹는다. 사람들에게 경계심을 풀은 것 같다. 개한테 물려 죽은 토끼처럼 사람들에게 해코지를 당하면 안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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