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025년 지하철
출근길에 지하철이 갑자기 멈췄다. 응급환자 발생으로 잠시 정차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잠시 후 객실에서 배를 움켜쥐며 한 승객이 나온다. 20대 중반 정도 되어 보이는 여성이다. 고개를 숙이고 고통스러워한다. 잠시 후 지하철은 다시 출발한다. 가끔 지하철에서 일어나는 풍경이다. 그 녀, 출근을 할 것이 아니라 병원을 먼저 갔어야 하지 않았을까? 먹고산다는 것이 참 그렇다.
유난히 피곤한 퇴근길이다. 감기 몸살 때문에 간신히 몸을 가누며 지하철을 탔다. 주위를 둘러보니 노약자석이 비어 있다. 몸이 불편한 노인이나 임산부들을 위한 자리다. 내가 앉으면 안 되는 자리다. 그런데 어찌나 몸이 힘들던지 슬금슬금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잠시 후 다음 정거장에서 정차하였고 출입문이 열리며 60대 정도 돼 보이는 아저씨가 내 앞에 왔다. 내 얼굴을 한번 쭉 훑어본다. 나도 중년이지만 일단 이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 망설임 없이 자리를 양보했다. 다시 지하철은 출발했고 2분 후 다음 정거장에 도착했다.
승강장의 문이 열리자 일흔이 훨씬 넘어 보이는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가 타셨다. 할아버지는 노약자석으로 터벅터벅 걸어가신다. 조금 전 그 60대 아저씨 앞으로 걸어간다. 나는 그 상황을 유심히 지켜봤다. 그러자 그 60대의 아저씨는 약간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신문을 들고 벌떡 일어났다. 역시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 인가보다.
요즘도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한다. 자차로 이동하는 것보다 여러모로 효율적이다. 지하철은 10년 전이나 20년 전이나 여전히 복잡하다. 인구는 줄고 있는데 출근길 지하철의 혼잡도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얼마 전 출근길 지하철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북적대는 출근 인파를 뚫고 40대 초반 정도 되는 아주머니가 몸을 들이밀며 지하철에 탑승을 했다. 옆에 있던 20대 중반정도 되는 여성은 인상을 쓰며 중얼대기 시작했다. 두 정거장, 세정거장이 지나도 계속 20대 여성은 얼굴을 찌푸리며 40대 여성에게 궁시렁궁시렁 거렸다.
40대 여성은 미안하다며 고개를 떨구었다. 그런데 20대 여성은 여전히 40대 여성을 쏘아보며 주절주절거린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40대 여성은 갑자기 주머니에서 1만 원짜리 지폐를 꺼내며 말했다.
"미안해요, 이걸로 커피 한 잔 사 먹어요"
40대 여성은 돈을 건네고 지하철에서 하차를 했다. 하차한 그곳이 그 녀의 목적지였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20대 여성은 만원을 넙죽 받았다. 그 모습이 너무 추해 보였다. 지하철을 타고 다니다 보면 이런저런 광경들을 목격하게 된다.
똑같이 힘든 출근길인데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이해하면 안 될까? 복잡한 지하철을 타고 싶은 시민이 어디 있겠는가? 40대 그 녀는 인품이 훌륭한 사람이다. 나였다면 어떻게 대처했을까? 자칫하면 싸움으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이다.
그 녀는 못됐다.
돈을 받다니.
내 생각엔 돈을 주면 안 되는 것 같다. 상습적으로 악용할 수 있고 또 다른 선량한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 호의를 권리로 착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