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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봉도

by JJ

요 며칠 기분이 좋지 않았다. 직장생활을 처음 했을 때도 몇 년간 힘들었는데 직장생활 한지 25년이 지나도 여전히 쉽지는 않다. 직장생활만 그렇겠냐만 유독 그렇게 느껴질 때가 있다. 30년 동안 야구를 한 프로야구 선수도 야구가 마냥 쉽거나 재밌지만은 않을 것이다.


특히 나는 조직 생활을 싫어해서 적응시간도 오래 걸렸던 것 같다. 그래서 군대도 남들보다 더 힘들게 느껴졌다. 훈련 보다 군대라는 상명하복의 조직문화가 더 힘들었다. 요즘 회사에서 부쩍 더 예민해진 것 같다. 더 유연해지고 어른스러워져야 한다. 사회생활 처음도 아니고 그때보다 안정되고 자리도 잡았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 그때와는 다른 스트레스들이 있다. 군대로 치면 말년 병장쯤 되는데 말이다.


직장인이 가장 비참한 경우는 내 운명을 내가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장사나 사업은 타자에 의해 내 운명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내 책임인 경우가 많다. 적어도 다른 사람에 의해 내가 해고되고 그렇게 운명이 바뀌지는 않으니 말이다. 이게 치명적인 것이다.


나이가 들면 물러나야 할 때를 알고, 내려놓아야 할 때는 알아야 한다. 이치를 거스러면 부작용이 생기거나 화를 입는다.


추석을 맞아 가족들과 섬나들이를 다녀왔다.


존재의 이유를 계속 찾아야 한다. 존재의 이유가 사는 이유다. 존재할 이유가 없으면 살 이유도 없다. 아들은 게임을 하기 위해서 존재한다. 미식가들은 먹기 위해서 존재한다. 가수는 노래를 하기 위해 존재한다. 배우는 연기를 하기 위해 존재한다. 기부하고 봉사하며 존재하는 사람도 있다. 부모는 자식을 위해 존재한다.(대체로)


이번 여행은 내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다. 몸이 불편하신 매형에게는 내 존재의 의미가 더 컸으리라 생각된다. 봉사를 하는 사람들은 남이 즐거워하는 것에서 만족감을 느끼고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나는 가족들에게만이라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 중이다.


섬에서 먹은 것.

해물칼국수, 파전, 동동주, LA갈비, 목살, 삼겹살, 고구마, 샤인머스캣, 사과, 배, 자두, 과자, 누룽지, 육개장, 갈비탕, 회덮밥, 전복, 회, 알탕, 된장찌개, 갈치조림, 커피, 자몽차, 전..... 기타 등등


의미 있고 풍성한 한가위였다.

나이가 들면서 "즐거운 기억"이라는 것이 별로 없는데 이번 추석은 즐거운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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