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

by JJ

나도 나의 아빠보다 잘 살고 싶었다. 아빠에게 부족한 면이 있어서라기보다 아빠지만 닮고 싶지 않은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지금 내가 아빠보다 잘하고 있는 건 술을 안 먹는 것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것도 잘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술도 적당히 마시는 것은 좋으니 말이다.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는다는 의미는 알고 있으나 그 말이 씁쓸하다. 어머니의 삶이 부정되고 폄훼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쩌면 어머니들은 그렇게 고생을 해도 그게 행복이라고 느끼셨을 것이다. 나의 어머니도 고생스럽지만 행복하다고 하셨다. 그러면 되는 거 아닐까?


나도 비슷한 면이 있다. 아이들 때문에 가족을 건사하기 위해서 비굴하게 살기도 하지만 가족 없이 비굴하게 사는 것보다는 훨씬 의미 있고 행복하기 때문이다. 비굴한게 행복한 것이 아니라 비굴하면서까지 지켜야 할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행복한 것이다. 어떤 관점으로 삶을 맞이하느냐가 중요하지 남의 시선이나 동정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너는 나처럼 살지 마라"라고 말하는 어머니는 많지 않다. 나의 어머니도 그런 말씀은 한 번도 하지 않으셨다. 어쩌면 그것이 지혜인지도 모른다.




사는 이유가 존재의 의미가 다 같을 필요는 없다. 나의 어머니 세대에는 가족과 자식의 존재가 사는 의미였고 그것 때문에 행복하면 그것으로 된 것이다. 내가 그렇게 안 살면 되지 어머니의 삶까지 부정할 필요는 없다. 그것은 어머니가 판단할 문제다. 아버지도 이하 동문이다.


부정하기 전에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안타까워하지 말고 위로해야 한다. 그리고 본인의 삶은 본인이 더 노력하면 된다.


"너는 나 보다 잘살아라"라고 말하는 것은 긍정의 메시지고, "나처럼 살지 말라"라고 하는 것은 부정의 메시지다. 결혼을 해서 애를 낳고 사는 것도 마찬가지다. 결혼하지 말고 애도 낳지 말고 살라는 말을 하면 안 된다. 결혼도 잘하고 애도 잘 낳아서 행복하게 살아라가 맞는 것이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쉬운 일만 찾아다니며 삶을 마감하는 것보다 훨씬 재밌고 의미 있는 일이다.


분명한 건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훨씬 행복하다. 물론 리스크도 더 클 수 있다. 그러나 태어나서 먹고 자고 싸다가 생을 마감하는 것보다는 나은 삶이다. 부정적인 생각을 하니 부정적인 면만 보이는 것이다. 모든 결혼이 다 좋지는 않지만 가급적 결혼은 하는 것이 좋다.

물론 잘.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는 후회하는 날이 올 것이다.


이 글은 곧 성인이 될 나의 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