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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갈이 아르바이트생 애엄마를 보며

2025년 10월 24일

by JJ

포천으로 외근을 나왔다. 직원의 실수로 제품에 문제가 생겨 수습을 하러 왔다. 이 업계에서는 총칭 박스갈이라고 하는데 일반적인 박스갈이보다 훨씬 절차가 까다롭고 복잡하다. 아르바이트생 3명이 왔는데 40대 여성들이었다. 열심히 할까? 의구심이 들었는데 생각보다 아주 열심히 했다.


체력적으로 남성도 힘든 일이다. 특히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애엄마는 얼굴도 예쁘게 생겼는데 상냥하고 예의 바르고 일까지 열심히 하니 이뻐 볼일수밖에 없다. 요즘 샐러리맨의 매너리즘과 권태가 문득문득 찾아오는 내게 큰 자극이 되었다. 하찮다면 하찮을 수 있는 일에 열과 성을 다했다.


우리 회사 여직원들은 3시간 작업하고 나가떨어졌다. 다음에 알바를 쓸 일이 있으면 반드시 이 사람을 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 할 때는 사람의 마인드셋이 가장 중요하다. 일하는 능력이 중요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인성과 마인드셋이 가장 중요하다. 30년간 직장 생활하며 얻은 결론이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말해 주려고 한다.


노지에서 작업을 하므로 먼지도 많은데 묵묵히 일하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잔잔한 감동이 밀려왔다. 이게 노동의 가치라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일을 한다는 것은 돈을 떠나서 아름다운 것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고 각성하게 되었다.




우리 집 아이들에게도 종종 말한다. 1등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노력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고.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열심히 일하는 모습 자체가 정말 아름다운 것이구나 하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아르바이트생에게 많이 배운 하루였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친구를 만났다. 이 친구도 입지적인 인물이다. 중학교 1학년때부터 담배를 피우며 말썽을 피운 말썽쟁이였다. 결혼을 하고부터 사람이 변하는데 지금은 180도 사람이 바뀌었다. 성직자 수준으로 바뀌었다. 봉사까지 한다. 사람이 이렇게 변해도 되나? 싶을 정도다. 그는 정말 삶에 진심이다.


좋은 책 100권을 읽어도 내 가슴에 와닿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오늘 친구랑 1시간 대화하고, 박스갈이 하는 아르바이트 아이엄마에게서 얻는 깨달음이 아주 컸다. 친구를 보며 사람은 변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게 되었다.


이래 저래 나 자신을 반성한 하루였다. 요즘 회사에 직원들 보면 짜증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는데 내가 뭐라고 그들에게 짜증을 낼 자격이 있는가 싶다. 다름의 문제가 아니라 분명 그들이 틀린 부분도 있다. 그러나 그것도 포용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하반신 마비 유튜버 박위와 걸그룹 시크릿의 송지은의 결혼.
SNS와 유튜브에서 수억, 수십억의 차와 집과 명품을 자랑하는 사람들.
황제음식을 먹으며 황제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

행복이란 절대, 절대적(絕對的)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사람의 속물근성은 어쩔 수 없는 것인가 보다. 어떤 것에서도 휘둘리지 않은 자기만의 행복을 찾은 사람은 대단한 사람이다. 존경받을 만하다. 박스갈이 아르바이트생 애엄마처럼.


나는 그 녀의 눈빛에서 행복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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