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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火)

by JJ

결혼 생활 5년쯤 지나면서 알게 되었다. 서로 성향이 다른 나와 아내는 앞으로 부부싸움을 계속하며 살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아니나 다를까? 자잘한 부부싸움은 물론이거니와 큰 싸움도 종종 있었다. 자기의 성향을 포기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 같다. 성향은 천성이고 자아 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극히 소수의 사람은 변하기도 하나보다.


성향을 포기하는 것은 자아를 포기하는 것이고 자아를 포기하는 것은 나의 주도적인 삶을 포기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나 싶다. 그래서 다 이해할 수도 없고 다 포기할 수도 없나 보다. 살면서 한 번도 안 싸운다는 비정상적인 잉꼬부부를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 민주주의에서는 다수의 지지고 볶으며 사는 사람들이 정상이다.


딸도 나와 성향이 비슷해서 인지 아내랑 많이 부딪힌다. 원래 딸과 엄마의 관계가 그런 건지 우리 집만 유독 그런 건지 알 수 없다. 어릴 때는 부모가 절대적인 권력을 갖고 있지만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자아가 생기고 부모들과 부딪히는 것이다.


이 싸움은 한 사람이 포기하지 않으면 계속 지속될 것이다. 강도가 약해질 뿐이지 "완벽한 평화"는 없다. 그리고 그 싸움은 서로를 이해하고 맞춰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부모들은 성적이 좋지 않은 아이에게 왜 성적이 안 나오냐고 화를 내면 안 된다. 아이와 함께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한국사에 나오는 왕의 업적이라도 찾아서 함께 공부해야 한다. 단순 화풀이는 아이들의 성적을 올리는 것에도, 부부관계를 개선하는데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 때는 아내와 딸의 대화엔 화(火)가 깔려 있다는 것을 느꼈다. 지금은 그런 경우가 별로 없지만 예전엔 심했다. 화라라는 것은 관계의 문제이다. 혼자서 무인도에 살거나 산속에서 살면 화 날 일이 없다.


나도 아내와 심하게 다투던 시절이 있었다. 미스터리했다. 나에게 아무것도 해주는 것이 없는 아이들은 나를 행복하게 하는데 밥도 해주고, 빨래도 해주고, 심지어는 돈까지 벌어다 주는 아내와는 왜 서로 물어뜯고 난리일까? 서로에게 반려견만도 못한 대우를 하는가?


관계의 문제다. 관계가 좋으면 같은 말을 해도 세레나데로 들리고 관계가 나쁘면 비아냥 거리는 것으로 들린다. 연애 때는 하늘에 별도 따다 준다고 한다. 관계가 좋아서다. 지금도 효자, 효녀들이 있다. 부모와 관계가 좋아서다. 사랑을 많이 받아서다.


이해심과 배려심이 있으면 모든 관계는 원만할 수 있다. 이건 갑자기 되는 건 아닌 듯싶다. 성장과정에서 나오는 것 같다. 그래서 가정교육이 학교공부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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