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3일
북한산 탕춘대능선을 다녀왔다. 산이 가까이 있어서 감사하다. 산이 없었다면 나는 굉장히 힘들게 인생을 버텨왔을 것 같다. 자연에서 얻는 치유 50% 사람에게 얻는 치유 50%로 삶을 지탱하고 있다. 그래서 마음 맞는 사람과 함께 산에 간다는 것은 최고의 행복이다.
아내도 학교 등산모임에서 처음 봤다. 그때는 산에서 밥을 해 먹을 수 있는 시절이었는데 밥을 해 먹다가 불이 날 뻔한 적이 있었다. 지금은 하늘나라에 있는 형과도 산에 대한 추억이 많다. 우리 딸, 아들과의 추억도 많고 친구들과의 추억도 많다.
힘들 때, 외로울 때, 심심할 때,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산에 간다. 항상 그 자리에 있는 산.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는 산,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모든 추억이 있는 산이다.
올 가을은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려서 맑은 날이 귀하다. 햇볕이 보이면 나가야 한다. 젊음도 찰나(刹那)이고 가을도 찰나(刹那)다. 놓치지 말고 잘 즐겨야 한다. 찰나가 모여 인생이 된다. 지나고 난 다음 후회해도 소용없다.
신이 주신 자연의 선물은 감사하게 받아야 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올해는 고구마를 처음 심었는데 작황이 좋지 않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토양도 맞아야 하고 기후도 맞아야 한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그런 건 아닌가 추측해 본다. 매형이 고구마에 올인했는데 낙심이 크다. 고구마는 농장 옆에 있는 하나로마트에 가서 사다 먹는 걸로......
나는 농장에 작물을 재배하려는 목적보다 놀러 온다. 일 하기 싫으면 잡초도 뽑지 않고 내버려 둔다. 잡초가 무성하면 미관상 좋지는 않고 작황에 좋지는 않겠지만 그런대로 잘 자란다.
산에 가는 목적이 정상을 찍기 위해서가 아니듯이 농장에서도 풍작에 집착하지 않는다. 산에 오면 산에 오랫동안 머무르는 것이 목적이고, 농장에 오면 농장에 오랫동안 머무르는 것이 목적이다. 농장자체를 즐겨야 한다. 무와 배추와 상추에 집중해야 하고 호미질에 집중해야 한다. 천천히 가면 여행이 되고 급하게 가면 노동이 된다. 천천히 농장을 즐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