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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의 추억

요즘의 직장생활

by JJ

30년 전 20대 때의 회식은 사장님과 부장님이 주도했다. 사장님이 개고기를 먹고 싶으면 개고기를 먹었고 사장님이 삼겹살이 먹고 싶으면 삼겹살을 먹었다. 부장님이 노래방에 가자고 하면 노래방을 가야 했고 2차를 가자고 하면 2차를 가야 했다.


노래방에서 분위기 띠울 노래 한 두곡 정도는 있어야 했다. 새벽까지 술을 마시다가 대중교통이 끊기면 택시를 타고 가라며 택시비를 줬고 다음날 근무는 점심때부터 시작했다. 사원이나 대리급은 말을 할 기회도 없었고 머리수를 채우는 역할을 했다.


사장님이나 부장님이 노래를 부르면 탬버린을 흔들어야 했다. 탬버린 흔들려고 회사에 들어온 건 아니지만 사장님이 마이크를 잡으면 조건반사적으로 탬버린 집어 들어야 했다. 부장님이 퇴근을 해야 내가 퇴근을 할 수 있었고 야근이나 주말 특근은 5분 대기조처럼 준비를 하고 있어야 했다.




요즘의 회식은 어떨까? 우리 회사의 경우는 나 때와는 180° 다르다. 점심은 대리나 사원이 먹고 싶은 것 위주로 정해지고 회식에서는 부장님이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얘기를 주도한다. 나는 경청해야 한다. 차마 마지막 자존심에 리액션까지 해줄 수는 없었다.


그들의 조크와 나의 조크는 달랐다. 집에 가고 싶어도 직원들이 2차를 가자고 하면 억지로 따라가야 할 판이다. 아마 이변이 없는 한 나는 샐러리맨으로 생을 마감할 것이다. 이쯤 되니 "직장인으로 오래 살아남는 법" 같은 건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군대에서 한 가지 배운 게 있다면 너무 잘하지도 말고 너무 못 하지도 말라는 것이다.


직장 생활을 롱런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중간만 하자"가 아닐까 싶다. 너무 뛰어나지도 말고 너무 모자라지도 말아야 한다. 뛰어난 사람이 많다고 해도 모두가 사장을 할 수는 없고,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모두가 1등을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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