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30년 전이었던 것 같다. 겨울에 태백산에 간 적이 있다. 눈이 수북하게 내린 날이었는데 구두를 신고 태백산 정상까지 올라갔다. 또 한 번은 북한산 정상을 슬리퍼 신고 올라간 적이 있다. 등산화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
지금도 종종 슬리퍼를 신고 둘레길을 걷는다. 무슨 이데올로기(ideology)인지 모르겠으나 슬리퍼를 신으면 자유롭다는 느낌이 든다. 이제 구두를 신고 태백산에 갈 일은 없겠지만 지금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환경이 바뀌고 해야 한다면 할 수 있다.
환경에 적응하고 환경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흔히들 하는 말이지만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 그렇게 정글에서 50년을 버텨왔다. 우리 아이들도 강한 사람이 되려고 하지 말고 살아남는 사람이 되면 좋을 것 같다.
성실해야 했다.
머리가 좋은 것도 아니고, 든든한 배경이 있는 것도 아니고, 불타오르 열정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오직 버텨내는 것만 생각했다. 건강하지 못하고, 성실하지 못하고, 끈기가 없으면 내가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불량하고 싶어도 강제적으로라도 성실해야 했다. 나를 미워하면 안 되기에 선하고 순해야 했다. 아빠가 당당하고 아빠가 중심을 잡아야 했다. 풍요롭고 명예로운 집에 기죽지 말라고 했다. 다른 삶,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라고 아이들에게 말했다.
외롭긴 하지만 아직까진 버틸만하다.
https://youtube.com/watch?v=5lA-qIRTLjs&si=hrag8v99GwC5Pk6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