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마누라
딸이 학원 주말특강을 결재하고 왔다. 아내는 가지도 않을 거면서 뭐 하러 결재하느냐고 면박을 준다. 지난주 일요일은 늦잠을 자서 못 갔나 보다. 속내를 들어보니 지난주 일요일에 못 가서 선생님께 토요일 보강을 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공부를 잘해보려는 마음에 보강을 부탁드린 것이다.
"나가지도 않을 거 돈 아깝게 뭐 하러 결재를 하냐고~!"
아내 말도 맞다. 그러나 정황을 살보면 그렇게 화낼 일이 아니다. 가끔 학원을 빠지기도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다. 아내는 그 정도 공부로는 어림없다며 채근한다. 그 말도 맞다. 그러나 지금은 당근이 필요한 때다. 힘을 실어주고 긍정적인 말을 해주어야 한다. 믿어줘야 하는 것이다. 오래전 드라마 중에 이런 대사가 있다.
"니들은 머릿속엔 잡생각이 많아서 믿는다는 게 뭔지 모르지? 믿는다는 것은 그 사람이 틀려도 맞다고 믿어주는 거야. 그게 진짜 믿는 거야"
부모는 아이들을 끝까지 믿어주어야 한다.
아내는 집안일을 할 때 몰아서 집중적으로 한다. 하루에 10가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오전에 10가지 모두 끝내고 쉬려고 한다. 나는 좀 다르다. 중요한 일부터 오전에 처리하고 나머지는 점심, 저녁에 나누어서 처리한다. 하루에 10가지를 처리해야 한다면 하루 안에만 처리하면 되는 것이다.
오전에 모든 일을 끝내 놓고 오후에 편히 쉬겠다? 경험에 비추어봤을 때 쉽지 않다. 회사일이든 집안일이든 하려고 하면 일은 끝이 없다. 나누어서 해야 지치지 않는다. 집안일도 전략적으로 해야 한다. 나누어서 하면 업무 강도가 약해진다. 연애도 비슷하다. 굵고 짧게 하려고 하지 말고 길고 잔잔하게 연해하는 것이 좋다.
아들은 학원에 다녀오면서 매일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온다. 학원이 밤늦게 끝나니 출출하기도 하고 덥기도 해서 아마 아이스크림을 사서 먹고 오는가 보다. 여름부터 시작해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엄마는 당연히 잔소리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엄마의 잔소리로 아들이 아이스크림을 먹지 않으면 다행인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꾸준한 잔소리에도 불구하고 아들은 매일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들어온다. 습관적인 잔소리는 아이들에게 아무런 변화를 주지 못한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이런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학원에서 돌아오는 아들을 기다렸다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아이스크림 가게를 그냥 지나치게 하는 것이다. 공부도 비슷하다. 꼬셔서 함께 도서관을 가는 것이다. 그렇게 몇 번을 하게 되면 점점 도서관과 책과 친해질 수 있다.
아내가 더 강경하게 아이스크림을 먹지 말라고 하면 아들은 어떻게 할까? 아마 아이스크림을 어디에선가 먹고 들어 올 것이다. 그리고 먹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할 수도 있다. 본질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단순히 먹지 못하게 하는 것보다 깨닫게 하고 설득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염불 같은 잔소리는 관계만 나빠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