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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아르(noir)가 없다.

feat 처음 그날처럼, 박용하

by JJ

드라마 올인(2003)의 주제곡 (故) 박용하 님의 "처음 그날처럼"이라는 노래가 있다. 드라마만큼이나 큰 인기를 얻었던 노래다. 박용하 님은 33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짧은 생을 마감했다.


사랑이 사라진 시대

올인의 송혜교와 이병헌의 사랑은 투박하고 위험하지만, 심장을 찌르는 진심이 있다. 홍콩 누아르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다소 무모하지만 모든 것을 걸고 서로에게 간다. 계산이나 조건 따윈 없다. 리즈시절의 송혜교를 보니 새삼 이쁘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사랑은 어떤지 모르겠다. 나 때도 그러긴 했지만 사랑을 얘기하면서 ‘사랑’이 빠져 있는 시대다. 연애도 따지는 게 너무 많고 결혼은 협상처럼 변했다. 사랑의 본질은 더 희미해졌다. 갈수록 연애는 어려워지고 결혼은 멀어진다.


애절하고, 간절한 사랑은 없다. 스토킹이나 잔혹범죄자들만 늘었다. 사랑은 원래 불완전하기에 서로에게 기대는 것이다. 때로는 무모할 정도로 헌신하는 것이다. 손해를 감수할 줄 알고, 상처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있기를 선택하는 용기다.


아가페든 에로스든 마찬가지다. 그것이 사람을 성숙하게 만들고,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다. 살기 편한 세상이 됐지만 재미 없어진 세상이다. 먹고, 놀고, 즐기는 것에 올인하면 안 된다. 요즘은 열애도 없고, 낭만도 없다.


그녀의 집 앞에서 밤새도록 기다리다가 돌아오거나 손 편지를 10장을 써서 보내는 순수함, 순박함은 없다. 까이는 건 중요하지 않다. 그런 열정과 구애가 있어야 한다. "선섹후사"라는 사전에도 없는 추잡한 말들이 난무할 뿐이다.


요즘은 연애자체를 시도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시작하지 않으니 실패도 없고, 상처도 없다. 결혼과 출산은 상상도 못 할 일이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


그냥 혼자 살아



왜 혼자 사는가? 혼자 살다가 죽는 것이 억울하지도 않은가? 한 번 부딪혀 보는 것이다. 연애든 일이든 뭐든 들이대보기도 하고 깨져보기도 하는 것이다. 어떻게든 살려내려고 하는 집념 있어야 한다. 독기가 있어야 한다. 인간이 존재하는 의미는 유희가 아니다.


누아르가 필요한 시대다.


https://youtube.com/watch?v=ddD9G7KQzx0&si=YzvEw1FdmLMcyf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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