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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저속한 부러움에 관하여

by JJ

주말에 친구를 만났다. 친구의 아버님께서 4기 암진단을 받으셔서 병문안차 방문 했다. 그동안 주로 시내에서 만나 소주를 한 잔 했으나 오늘은 겸사겸사 아버님도 뵙고 친구도 만날 겸 집으로 갔다. 30년 만에 방문인 것 같다.


친구의 방은 30년 전 모습 그대로였다. 90년대 유행했던 영화 포스터가 붙어있었고 그때 쓰던 책상이 그대로 있었다. 떡볶이, 순대를 먹고 아파트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가정이 있는 나는 직장과 아이들 이야기를 했고 친구는 싱글이라 싱글의 일상을 얘기했다.


빡빡한 샐러리맨 가장과는 달리 그는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었다. 그는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다고 한다. 이런 부류는 혼자 살아도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다. 약간의 외로움은 있지만 감당할 수 있었고 자유롭게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고 있다.


싱글에 대한 확신이 있으면 싱글로 생을 마감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단지 결혼에 대한 부담과 압박, 두려움으로 결혼을 피하거나 외면하면 말년은 생각보다 외롭고 비참할 수 있다. 결혼이든 비혼이든 떠밀려서 살면 나중에 후회하게 된다. 잘 선택해야 한다. 내가 선택하면 책임감 때문이라도 열심히 살게 된다.




친구는 분기별로 한 번씩 해외여행을 다닌다. 먹고, 마시고, 놀고, 자유연애를 하며 삶을 즐긴다. 샐러리맨 가장으로 20년간 살아온 나로서는 신세계 같은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오늘도 딸아이 미술학원을 바래다주고 볶음밥을 하고 아들 치과를 데려다주고 기타 잡다구리한 집안일 하고 간신히 짬을 내어 산책을 했다. 나의 빡빡한 일상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아이들 학원비와 기타 지출되는 부대비용을 계산해 보니, 그 정도 돈이면 한 달에 한 번은 해외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 고급 외제차도 타고 다닐 수 있다. 오래전 내가 사원이었을 때 회사 부장님이 한 말이 떠오른다. 부장님은 자녀가 3명이었다.


야이~쉐이들아 내가 너희들만 없었어도 벤츠 타고 다니면서 해외여행 다녔어!!


백번 공감 가는 말이지만 실제로 삶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는다. 우리 회사에도 나이 든 미혼 직원들이 있다. 그래서 그 들은 수입차를 타고 다니면서 해외여행을 다니고 있을까? 오히려 결혼해서 애 낳고 사는 사람들보다 경제적으로 더 어렵다.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대략 평균 1억 원이 든다고 가정을 하면 3명 낳아서 키우는 사람은 최소 3억 원 이상이 필요하다. 그럼 자녀를 안 낳으면 3억 원을 저축을 해서 자산으로 남길 수 있을까? 그런 확률은 매우 낮다고 본다. 열심히 번 돈으로 자신의 행복을 위해 쓰게 된다. 그려려고 결혼을 하지 않은 이유도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삶을 택할 것인가에 대한 가치관의 문제이다. 나는 매 분기마다 해외여행 다니는 것을 포기하고 편의점에서 멤버십카드 할인받아가며 커피를 마시는 삶을 선택했다. 이 선택이 괜찮은 선택이었다는 것을 라는 훗날 우리 아이들이 느끼게 해 주면 고마울 것 같다. 지금까지는 한 순간도 이 선택을 후회해 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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