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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번째 부부싸움

by JJ

오랜만에 아내와 다투었다. 이번에도 아이들 문제가 시발점이 되어 싸움이 확산되었다. 아내도 나도 에고(ego)가 강해서 각자의 가치관이나 신념이 너무 확고하다. 그래서 부딪힐 때는 크게 부딪힌다. 사람이 살다 보면 확고한 것도 좋지만 유연함이 필요할 때도 있다. 그래서 너무 곧으면 부러진다는 말을 하나 보다.


나잇값 하는 것이 참 어렵다. 부부싸움은 부부에게도 상처지만 아이들에게도 상처다. 아주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부귀영화도 부럽지 않고 입신양명도 부럽지 않은데 단 하나 후회되는 것이 있다면 아이들이 어렸을 때 부부싸움을 종종 했다는 것이다. 두고두고 미안할 것이다. 싸움의 원인이 아이들이라 해도 책임은 부부에게 있다.


A라는 사람이 그런 말을 했다.

"선생님은 그래도 결혼도 하셨고 아이들도 많이 성장했고 사회적으로도 안정되셨잖아요. 저희는 그런 게 상상이 가지 않아요. 너무 대단하시고 부러워요. 가족은 한 팀 이잖아요. 힘내세요"

한 팀이라는 말에 갑자기 울컥하는 감정이 올라왔다.

그래... 죽으나 사나 우리는 끝까지 함께 가야 하는 한 팀이지...


아침에 출근하는 아내를 우연히 길에서 마주쳤는데 안쓰러웠다. 내가 좀 잘했어야 했는데... 싸운 건 싸운 거고 안쓰러운 건 안쓰러운 것이다. 내가 부덕한 탓이다. 더 인내하고 포용해야 했었다. 아내도 나를 만나지 않았으면 안 싸우고 더 많이 사랑받으며 살았을 수도 있고, 나도 다른 사람을 만났으면 더 인정받고 존중받으며 살았을 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혼생활은 유지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인연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자주 얘기지만 결혼은 지극히 현실이다. 낭만적인 결혼생활은 없다. 낭만적인 척하는 것일 뿐이다. 낭만을 흉내 내는 것일 뿐이다. 10대가 지나가면 사실상 낭만은 없다. 지지고 볶고 싸워도 죽을 때까지 같이 살면 인연이고, 죽네 사내, 한시도 없으면 죽을 것 같이 사랑해도 이혼하고 헤어지면 인연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나는 전자를 택했다.


나도 아내를 만나서 설레었던 때가 있었고 좋아서 결혼했다. 좋아하는 마음이 커지면 사랑하는 것이다. 나는 감정을 추스렸는데 아내는 어떤지 모르겠다. 더 노력하고 더 수련해야 한다. A라는 사람의 말에 위로와 감동을 받았다. 평범한 사람은 평범한 위로가 필요하다. 뜬구름 잡는 이론적인 위로는 아무 도움을 주지 못한다.


삶은 계속된다.


*사족: 얼마전 주말농장을 개장했는데 주말 농장에서 배추심으면서도 싸우는 부부들이 있긴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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