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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학원을 다녀오며

by JJ

바쁜 주말이었다.

딸이 디자인 계열학과 진학을 희망해서 미술학원 몇 군데를 알아보고 등록까지 마쳤다. 고등학교 2학년 2학기에 미술로 진로를 바꾸는 것이니 많이 늦었다. 토요일에는 도서관에 가서 딸이 읽을 책을 빌려다 주었다. 아침 일찍 깨워달라고 하더니 못 일어난다.


우리 동네 구립도서관은 리모델링을 해서 10개월간 이용을 할 수 없다. 다른 지역 구립도서관에 가서 회원가입을 하고 대출까지 무사히 마쳤다. 이번 주말도 어김없이 김치볶음밥을 해서 아이들을 먹였다. 딸은 나가서 친구들과 밥 먹을 때 볶음밥은 먹지 않는다고 한다. 매주 2번 이상은 볶음밥을 먹는다.


딸 덕분에 오랜만에 홍대에 나갔다. 미술의 메카답게 미술 학원이 많다. 학원에서 실기 테스트를 2시간 동안 했는데 나는 밖에서 기다려야 했다. 편의점에서 커피 하나를 사들고 홍대 길바닥에 앉아서 두 시간 동안 사람 다니는 걸 구경했다.


주차할 때가 없어서 삼진제약 회사 건물 앞에다 주차를 해 놓았는데 경비 아저씨에게 차 빼라는 전화가 와서 빼주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홍대 고양이 카페 갔었는데 그때는 주차 딱지를 끊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남의 회사 앞에 주차를 했다. 홍대는 정말 주차하기가 힘들다. 주차 노하우, 꿀팁도 모르겠다.



토요일엔 아들, 딸 둘을 데리고 치과도 다녀왔다. 1년 동안 매주 주말마다 치과에 가고 있다. 개근이다. VIP다.




딸의 인생에서 오늘이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되었으면 좋겠다. 하고 싶은 것이 있다는 건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열정을 쏟는 것은 더 중요하다. 아빠는 그렇게 하지 못했지만 딸은 그랬으면 좋겠다. 특히 미안한 건 딸이 중학교 때부터 미술을 좋아했었다. 학원도 다니고 싶어 했던 것 같다.


그때는 그때의 사정이 있었다. 그래서 엄마도 먼저 말을 꺼낼 수가 없었고 딸도 말하지 않았던 것 같다. 부모의 마음속에는 항상 부채의식이 있었고 딸은 후회와 아쉬움으로 남아 있었나 보다. 지금도 생활이 넉넉하지는 않다. 집이 있고, 차가 있고 삼시세끼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다고 여유 있는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딸도, 우리도 이번에 하지 않으면 영원히 하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나 미술학원 보내 줄 수 있어?


가족 단톡방이 없었다면 딸은 이 말을 꺼내지 못했을 수도 있다. 성향이 그렇다. 평생 아쉬운 마음을 가슴에 묻고 살았을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딸은, 전업주부인 엄마가 직장에 나가기만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법을 배우는 이유는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고 배운다고 한다. 돈을 버는 이유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돈 때문에 억울하고 비참한 삶을 살지 않기 위해서 돈을 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맛집 찾아다니면서 먹기 위해서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내 경우는 그렇다.


딸의 건투를 빈다. 오랜만에 하나님께 기도를 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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