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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㦡) 2

경기도 계곡을 다녀오며

by JJ

경기도 가평과 포천일대 계곡 트래킹을 다녀왔다. 모처럼 혼자만의 드라이브 겸 여행이다. 총각 때 혼자서 제주도에 여행을 다녀온 이후 나 홀로 여행은 처음이다. 그때는 혼자 여행 다니는 게 싫었다. 심심하고 청승맞은 거 같아서.


결혼하고 나니 가끔 혼자 여행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만약 지금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살았다면 여럿이 다니고 싶었을 것 같다. 원래 인간은 그런 동물이다. 혼자 있으면 같이 있고 싶고, 같이 있으면 혼자 있고 싶고.


이틀 동안 장시간 운전을 했다. 사람들은 내가 운전하는 것을 싫어하는 줄 안다. 그리고 아내는 내가 나물반찬을 싫어하는 줄 안다. 정확히 말하면 막히는 도로 운전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이지 운전이 싫은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나물도 맛있게 하면 잘 먹는다. 한정식집에서 나오는 나물은 내가 다 먹는다.




경기도의 여기저기 계곡을 둘러보았다. 몸이 불편하신 매형과 가끔 나들이를 가는데 휠체어 이동 동선은 어떤지 답사차원의 탐방이기도 하다. 누구보다 활동적인 매형이 사고로 걷지를 못하게 되어 마음이 좋지 않다. 그래도 긍정적인 사람이라 다행이다.


젊을 때는 바다가 좋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계곡이 좋아진다. 동해바다는 멀어서 쉽게 가기 힘든 이유도 있다. 가까이 있다는 건 중요하다. 산이 좋은 사람은 산이 가까이 있어야 하고, 백화점이 좋은 사람은 백화점이 가까이 있어야 행복하다. 연애를 할 때도 가능하면 거리가 가까워야 한다. 멀면 더 많이 노력이 하거나 더 간절해야 한다.


아이들이 중, 고등학생이 되니 이제 개울가에서는 물놀이를 할 수 없다. 물놀이도 업그레이드 돼야 한다. 남들은 다 가는 피서 우리만 안 가기도 뭐 하다. 아이들의 물놀이 변천사를 회상해 보니 대략 이렇다.

고무대야-개울가-물놀이장-수영장-바닷가-워터파크-낮은 계곡-깊은 계곡.

끊임없이 변화해야 아이들과 공존할 수 있다.




계곡의 특징은 어린아이부터 할아버지까지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할아버지는 캐리비언 베이를 가는 것보다는 계곡이 잘 어울린다. 포천의 백운계곡에서 일흔이 넘어 되어 보이는 어른들이 튜브를 타고 어린아이처럼 놀고 계셨다. 내가 젊었을 때는 저런 모습이 약간 흉하게 보였는데 나도 나이를 들다 보니 충분히 이해가 간다.


약간은 부럽기도 했다. 나도 나이가 들면 저들처럼 천진스럽게 놀 수 있을까? 얼마 전 브런치 작가님의 글에서 이런 문구를 읽었다.

"나는 늙어서 죽는 것이 소원이다. 사고로 죽거나 갑자기 병으로 죽는 것 말고"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며 즐거워하는 노인들을 생각하며 인생에서 막바지 소풍을 즐기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늙어 죽는다는 것은 진정 행복한 것인가 보다. 할 일을 다 하고 죽는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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