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년 0월 0일
세상은 결과만 본다.
독서실에서 밤을 새웠다. 새벽에 독서실을 나와보니 함박눈이 내렸다. 새 하얗게 쌓인 눈들이 너무 예쁘다. 올 겨울엔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린다. 가방을 가슴에 안고 목을 움츠리고 한 참을 달려 집에 왔다.
00년 0월 0일
강한 사람이란, 남이 할 수 없는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지 못했던 것을 해내는 사람이다.
00년 0월 0일
술을 먹고 싶으면 술을 먹어도 되고, 담배를 피우고 싶으면 담배를 피워도 된다. 부러운 건 없다. 좋은 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도 부럽지 않고, 날아다니는 새도 부럽지 않다.
00년 0월 0일
아르바이트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오전에 테이블을 닦고, 바닥 청소를 하고 얼어붙은 떡볶이의 떡을 떼어냈다. 다리가 아프다. 비빔밥을 배달하다가 오토바이가 돌에 걸려 밥을 엎었다. 아저씨, 아주머니는 친절하시다. 내가 서툴고 부족할 텐데 싫은 표정을 하지 않으신다.
오늘은 주방형한테 오토바이를 배웠다. 배달을 하다 보면 기분 나쁜 사람들이 있다. 그 들은 음식을 산 거지 사람을 산 것이 아니다. 아침에 내리던 비가 눈으로 바뀌었다. 주인 아주머니가 따뜻한 커피를 타 주셨다. 뿌옇게 수증기 낀 유리문 밖으로 함박눈이 내린다. 쌓이지도 못할 눈이 펑펑 내리고 있다.
00년 0월 0일
편견, 고정관념, 선입견은 없어야 한다. 이런 것들은 사람을 얽매이게 하는 것 같다. 특별한 일도 없었는데 기분이 안 좋은 하루다. 어린애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어른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가 싫다. 학생도 아니고 직장인도 아니다. 소속이 있다는 것은 중요한 일 인것 같다.
00년 0월 0일
아르바이트Ⅱ
바텐더가 갑자기 일을 그만뒀다. 왜 그럴까? 상식적이지 못하다. 오늘은 혼자서 두 사람의 일을 해야 했다.
카카오= 카카오 1온스 + 카린스(토니워터) 4온스
마티니= 쥬니퍼 1온스 + 마티니 1/4온스 그리고 올리브
창문으로 들어오는 라일락 꽃의 향기가 유난히 향기롭다.
00년 0월 0일
아르바이트 가는 길에 마로니에 공원에 들렀다. 할아버지는 벤치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아이들은 비둘기에게 모이를 주고 있다. 공원 한쪽 모퉁이에선 열심히 책을 읽고 있는 학생이 있다. 그 옆에서 망치질을 하는 공사장인부, 미끄럼 타는 아이들. 평화롭다.
00년 0월 0일
백시즘(백수+ism), 백수기(백수시기).
살면서 백수라는 시간을 한 번쯤은 거쳐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자유롭다.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잘 수 있는 것. 아무것도 하지 않는,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그것보다 더 좋은 것이 있을까? 그런데 1주일 이상 지속되니 지루하다. 뭐든지 적당히 해야 하나 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중용이 그런 것인가 보다.
00년 0월 0일
아르바이트Ⅲ
1. 불고기버거=크라운(타타르)-힐(천 드레싱)-어니언-불고기 패티
2. 팥빙수= 얼음, 통단팥, 우유, 찹쌀떡, 후르츠 칵테일, 찹쌀가루, 보석제리, 바나나
햄버거를 먹으로 밀려든 사람들 때문에 엄청 바쁜 하루였다. 자신만만했던 환상이 하나씩 깨진다. 쓸쓸해서 대낮부터 주점 가서 소주를 마셨다. 괜히 서러운 하루다. 누가 뭐라고 한 적도 없는데.
00년 0월 0일
마로니에 공원에 왔다. 아무 할 일이 없어서 멍하게 앉아 있었다. 옆에서 엿장수 아저씨가 엿을 판다. 그 옆에서 아이들은 장난을 치며 놀고 있다. 난 그 뒤에서 배낭을 세워두고 신문을 보고 있다. 7월 한여름 오후. 하늘은 너무 맑고 푸르다. 바람도 불지 않고 구름 한 점 없다. 사람들의 표정은 밝다. 걸음걸이도 힘차다. 나만 불행하고 모두가 행복한 것 같다.
인생은 혼자 살 수 없다. 아니 혼자 살 수는 있으나 더불어 살면 훨씬 더 수월하고 행복하고 즐겁다. 떼 지어 몰려다니자는 얘기는 아니다. 혼자 버티기는 힘들고 어려워도 함께 이야기하고 나누면 더 좋은 방법이 충분히 생길 수 있다.
대입에 실패를 하고 혼자서 많은 고민의 시간을 보냈다. 집에서는 멀지만 지방에 있는 대학교를 갈 수도 있었고, 원했던 학과는 아니더라도 일단 학교를 들어갔으면 어땠을까? 아니면 진로를 변경해서 원하는 직업을 빨리 찾았으면 어땠을까?
갑자기 혼자 결정하기에는 모두 쉽지가 않은 일이었다. 변명을 하자면 당시 여유롭지 않았던 집안의 경제적인 사정도 고민의 한 부분이었다. 무엇보다 떨어질 수도 있지만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공부를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결혼을 할 때 이혼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이혼을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결혼 하지는 않듯이.
너무 외롭고 쓸쓸하고 고독한 시간들이었던 것 같다. 만약 우리 아이들이 나와 똑같은 상황이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아니더라도 좋은 멘토와 충분히 대화하며 외롭지 않게 이겨나갔으면 좋겠다. 누구든 상관없다. 학교 선생님이든 교회선생님이든 친구든 유튜버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