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by JJ

오랜만에 처갓집에 다녀왔다. 코로나 때문에 한 동안 가지 못했고 가까운 곳이 아니라 일 년에 한두 번 가는 것도 쉽지 않다. 나의 어머니는 올해 2월에 하늘로 가셨으니 이제 내게 부모님은 없다. 마음속에서 상상 속에서 꿈속에서만 볼 수 있다. 문득 그 사실이 슬플 때가 있다.


험란한 세상을 살면서 내 편이 되어주고 나를 위로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나에게 잔소리를 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지만 생각해 보면 많지 않다. 엄마와 아내의 잔소리를 빼면 잔소리를 들을 곳도 없다. 사회에서는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한두 차례 경고를 주고 시정이 되지 않으면 징계를 한다.


요사이 며칠간 강행군을 했더니 몸살이 나려나 보다. 상습적인 몸살이 짜증스럽지만 그럴 때마다 건강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처가에 들렀다가 돌아오는 길에 하루는 펜션에서 숙박을 했다. 비가 내려서 숙소에서 강제적 휴식을 했다. 내리는 비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때론 이런 강제적 휴식도 필요한 것 같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것보다 가만히 숙소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누워 있을 때가 더 좋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노는 것도 정말 열심이다. 죽기 살기로 논다. 새벽에도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가 참 많기도 하다.


싱글 때도 여행을 다녔고 연애 때도 여행을 다녔고 결혼하고 가족여행도 다녀보지만 여행은 늘 즐겁다. 거창한 여행이 아니어도 좋다. 집 근처에 공원으로 소풍을 가는 것도 괜찮고 등산도 좋다. 단순히 환경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여행을 간다는 것은 책을 한 권 읽는 것 과 비슷한 효과가 있는 것 같다. 같은 공간에서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다는 것 만으로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같이 여행을 가도 느끼는 것이 모두 다르고 좋았던 포인트도 다르다. 이 여행을 각자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일 수도 있겠다.






어버이가 된 지 어언 16년.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삐뚤삐뚤 서툴게 쓴 감사편지라도 받았는데 크고 나니 그런 재미도 없다. 시대가 변했다지만 어버이날을 새까맣게 잊고 있는 아이들을 보니 약간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하다. 진심으로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은 없다. 이대로 충분하다. 다만 범사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살았으면 한다. 행복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노력이다.


남들이 보면 보잘것없겠지만 나의 소소한 목표는 계속 진행 중이다. 고등학교 졸업 18년 만에 대학 졸업장을 받았고, 태어난 지 38년 만에 싱글을 탈출했고, 결혼 3년 만에 아이 둘이 태어났고, 결혼 10년 만에 작은 집을 마련했다. 아직도 해야 할 일들이 많다.


그 흔한 해외여행도 못 가봤다. 그것보다 더 하고 싶은 것은 카메라를 사서 사진 기술을 배우고 싶다. 남들은 비웃을지도 모르는 일들이 내게는 버킷리스트 목록에 있기도 하다. 어쩌면 약간은 빈곤한 내 삶이, 딴짓을 못하게 하고 열심히 살수 밖에 없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많이 갖으면 잡생각이 많아지고 딴짓을 하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인간은 끊임없이 수련을 하며 살아야 하나 보다. 봄이 절정에 다다르고 있다. 인간의 청춘이 짧듯이 계절의 여왕 봄도 너무 짧기만 하다. 5월, 사람으로 치면 방년 18세쯤 되지 않나 싶다. 조만간 하늘에 계신 아버지, 어머니, 형님도 찾아봬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