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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제이 Nov 17. 2022

나는 샐러리맨이다

직장을 다닌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일까?

직상생활을 하다 보면 다양한 인간군상들을 경험하게 된다. 갑질하는 클라이언트, 히스테리컬 한 상사, 무례하기 짝이 없는 선임, 예의 없는 후임, 이기적인 동료. 정글 같은 틈바구니 속에서 지금까지 버텨온 게 다행이다. 얼마 전 예전에 함께 일했던 직장 선배를 만났다. 맛있게 점심을 먹던 중 갑자기 그가 묻는다.

"아직도 직장생활 하나?"


뭔가 잘못이라도 한 사람처럼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그러게요......"


그는 사회생활 시작할 때 첫 직장에서 만난 선임이었다. 인쇄기계를 돌리는 기술자였는데 회사를 몇 년 다니다가 퇴사를 한 후  회사를 차렸다. 오래전 회사 함께 다닐 때는 내가 업무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는 기계를 다루는 기술자였으나 디자인과 필름출력의 프로세싱에 대한 지식은 전무했다. 그는 내게 수시로 질문을 했었고 나는 그 때마다 친절히 답을 주었다.


10년 전에도 그와의 불편한 만남 있었다. 이직을 하던 시기였는데 직장이 구해지지 않아 참 힘들었다. 초등학교도 입학하지 않은 어린 딸과 아들이 있었고 아내도 전업주부였기 때문에 가장으로서의 강박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한달을 쉬면 한 달을 굶어야 했다. 초초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위로라도 받고 싶어서 그를 찾아갔으나 그의 태도는 예상외로 냉담했다.


호형호제하며 가깝게 지낸 사이여서 부담 없이 차라도 한 잔 마시려는 생각이었는데 했는데 그는 내가 부담스러웠는가 보다. 자존심이 상했다. 좋은 자리가 나면 나중에 연락을 하겠다던 그의 말에는 신뢰가 가지 않았다. 불편함과 실망스러움만 남긴 체 자리에서 일어났고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길에서 그를  다시 보게 된 것이다. 그리고 대뜸 한다는 말은 아직도 직장을 다니고 있느냐는 말이었다. 오랜만에 만나서 한 말치고는  너무 무례했다.


강원도 인제


그가 회사를 차리고 목표를 이루고, 제적으로 풍요로움을 얻은 것은 인정하지만 그것으로 남을 함부로 판단하고 평가해도 될까? 내가 그동안 잘못 산 것처럼 말을 해도 되는 것일까? 그에게 그만큼의 자격이 있는 것일까? 그나마 사회생활 처음 했을 때 밤마다 야근하며  서로 위로해주었던 그 와의 작은 추억마저도 희석이 되고 불쾌한 기분으로 남았다.


세월이 변하면 사람의 마음도 변하는 것일까? 명함과 돈이 사람을 변하게 한 것일까? 경제력이 계급이 되는 사회라고  하지만 가깝다고 생각했던 그의 변심은 또 한 번 나를 씁쓸하게 했다. 나도 "대표이사"라고 찍혀 있는 명함 한 장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살았지만 절실하지 않았다. 없어도 충분히 괜찮았다. 그가 말하는 성공은 "대표이사"가 새겨진 명함이었을지 모르지만 나는 아니었다. 


"대표"라는 자리에 관심 없는 것이 잘못이라면 잘못 일수 있으나 나는 별로 사장을 하고 싶지 않았다. 사장이나 대표가 되지 않아도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다. 수백만의 구독자를 갖고 있는 유튜버나 유명 인플루언서, 소년등과(少年登科) 블로거들, 일찍 경제적 자유를 얻는 사람들. 인정하고 칭찬해주고 싶으나 별로 부럽지 않다. 부럽지 않은데 왜 자꾸 부럽지 않으냐고 되묻는가? 


365일 산속에서 사는 자연인들도 본인은 행복하다고 말하고 오지의 섬 속에서 사는 사람도 "이 보다 더 행복할 수 없다"라고 말한다. 왜 다른 사람의 행복을 본인이 애써 찾아 주려 하는가? 대표가 아니어도 행복한데 왜 대표가 되라고 권하는가?  부러워하기를 바라는 것일까? 그저 소풍 나온 아이처럼 소꿉장난 하듯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좋다는데 왜 플랜 A의 A형의 행복을 좇으라 얘기하는지 그 속을 알 수가 없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가끔 말한다. 꼭 뭐가 되려고 애쓰지 마라. 꿈이 없어도 괜찮다. 없는 꿈을 억지로 만들지 말고 오늘 하루 열심히 살고 후회 없으면 된다. 그러다가 하고 싶은 게 생기면 그때 열심히 해라. 죽을 때 후회 없는 사람은 성공한 인생을 산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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