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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제이 Dec 07. 2022

도서관의 추억

요즘 카페에 가면  노트북을 펼쳐 놓고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종종 눈에 띈다. 스터디 카페라는 곳도 있는데 독서실과 카페를 섞어 놓은 일종의 독서실이다. 딸은 친구와 스터디 카페에서 공부를 하기도 한다. 세월이 변하면서 공부를 하는 공간도 풍경도 달라지는 것 같다. 나 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학생들의 공부 스트레스는 여전하다. 야근을 하고 밤늦게 퇴근할 때 보면 집 앞에 도로는 학원 셔틀버스로 가득 차 있다.


공부를 잘하던 못하든 성적이 좋든 나쁘든 학창 시절에 도서관에 대한 추억 하나쯤은 있을 것 같다. 내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수학의 정석과 해법수학 등의 참고서가 유명했다. 특히 수학의 정석 책은 2권을 쌓아 놓고 엎드려서 잠을 청하기에 매우 용이했다. 책위에 수건을 깔아 놓고 자면 잠자기에 최적화된 자세가 나와서 3시간 이상 숙면이 가능하다. 단, 침을 흘리는 등의 풍기물란에 주의를 해야 한다.


당시에 "삼식이"라는 도서관 지킴이가 있었는데 그의 활약은 대단했다. 별명이 "미친개"였는데 그의 정체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교사는 아니었고 교직원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생긴 건 꺼벙하게 생겼는데 항상 몽둥이를 들고 다녔던 그는 엄청난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래도 3년간 정이 들었는데 졸업을 할 때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담임 선생님과의 만남도 1년인데 3년 동안 매일 봤으면 담임 보다도 더 오래 본 사이다.


우리 동네 도서관


고등학교 때 도서관 풍경이 그랬다면 사회 나와서 도서관의 풍경은 달랐다. 군대를 제대하고 공부를 다시 시작했는데 그때 다녔던 도서관의 기억들은 아직도 뇌리에 강하게 남아 있다. 도서관에 다니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베스트 포토제닉 3 가 있다. 벌써 20년 전 이야기다.


첫 번째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아침부터 트북으로 열심히 리포트 작성하는 모습,

두 번째는 만삭의 임산부가 에어컨도 없는 도서관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공부를 하는 모습,

세 번째는 연필을 쥐기도 힘들 정도로 몸이 불편한 장애가 있는 학우가 노트에 필기를 하며 공부를 하고 있는 모습이 이었다. 손가락이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아서 필기를 하다 보면 자주 펜을 떨어뜨리 곤했다. 래도 다시 주워 들고 필기를 한다. 


회사일에 지치고 학업 스트레스가 극에 다다를 때였는데 공부를 포기하고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들을 보며 견뎌냈다. 지금도 세상에는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참 많다. 내가 제일 힘들게 공부하는 것 같았는데 새삼 반성을 했다. 이런저런 포기할 이유를 찾고 있던 중 교수님께 이메일을 보냈다. 긴 내용을 구구절절이 적었는데 한 줄로 간단하게 요약을 하면 이거였다.

"교수님 이렇게 까지 해서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가 뭔가요?"


나의 구구절절했던 이메일 내용에 비해 교수님의 대답은 너무 간결했다.

"그럼 뭐 할 건데?"


요즘도 집 근처 도서관을 가끔 다닌다. 잔뜩 빌려다 놓고 한 두 권 읽다가 반납하는 경우도 태반이다. 그래도 도서관에 다녀온 것만으로도 뿌듯하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준 역할 중에 8할은 집 앞에 있는 동네 도서관이었다"


우리 아이들은 도서관과 인연을 끊은 지 오래되었다. 급기하 부모와의 대화도 끊길 일촉즉발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 그들에게는 오직 스마트폰만이 유일신이다. 조만간 군기를 한 번 잡아야 할 듯싶다. 최후의 필살기라고 생각했던 "인터넷 랜선 뽑기 "도 통하지 않는다. 미디어 쓰나미 시대에 자식들에게 대처하는 부모들의 필살기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 아이들과 도서관에서의 추억도 참 좋았는데 이제 추억으로만 간직해야 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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