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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제이 Nov 12. 2022

가족이란 무엇인가?

오늘도 허리 통증 때문에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고 치료를 받았다. 아직 나의 질병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순신 장군께서 "나의 죽음을 적군에게 알리지 말라"라고 말씀하시며 장렬히 전사하신 것처럼 나의 통증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아내에게 말하고 싶었으나 참았다. 자칫 잘못하면 오래전 드라마에서 유행했던 대사가 우리 집에서도 메아리처럼 울려 퍼질 수 있다는 노파심 때문이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 


아내도 여기저기 통증을 호소하기에 나까지 아프다고 하면 집안 분위가 초상집이 될 것 같아서 경과를 지켜보며 말할 기회를 보고 있는 중이다. 아내까지 공연히 신경 쓰이게 하고 싶지 않다. 사무실에 도착해서 습관적으로 믹스커피 한 잔을 타서 책상 앞에 앉았다. 오늘 급하게 납품을 해야 하는 물건이 있어서 급히 화물 용달을 불렀다. 보통은 회사 차량으로 물건이 입고되는데 오늘은 회사 차량이 외부에서 운행 중이므로 달리 방법이 없다.


물건은 대부분 지게차를 이용해서 싣고 내리는데 가끔 수작업으로 실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오늘은 수작업이다. 실어야 하는 물건의 무게도 무겁고 수량도 많다. 직원들과 함께 끙끙대며 짐을 올리고 있는데 운전석에 앉아 있던 화물기사가 차에서 내리더니 함께 짐을 올린다.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


한 참을 별생각 없이 그 기사님과 함께 짐을 날랐는데 유심히 보니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이었다. 우리는 괜찮다고, 우리가 할 테니 앉아 계시라고 했으나 아랑곳하지 않고 짐을 계속 옮기셨다. 몇 번이나 괜찮다고 얘기했으나 돕겠다는 의지가 너무 강해서 더 이상 말리지 못했다. 지나친 배려도 실례이고 편견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의 의사를 존중하기로 했다. 


우리는 다음에 화물 용달로 물건을 납품할 일이 생기면 반드시 이 기사분에게 연락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잠시 후에 조수석의 문이 열리더니 중년의 여성이 나와서 함께 짐을 싣기 시작했다. 짐을 들어 올리는 것을 보니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다. 꽤 숙련돼 보인다. 물건을 모두 적재하고 그들은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하고 떠났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중년의 여성은 기사님의 아내였다.


며칠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그 역시 화물 기사였는데 조수석에 80세의 노모를 태우고 운행을 하는 기사도 있었다. 집에 노모를 혼자 두면 식사도 안 챙겨 드시고 혹시라도 응급한 상황이 생길까 봐 종종 모시고 나온다고 한다. 아들 옆에 앉아 있는 노모의 표정이 너무 편안하고 밝아 보였다. 떠나는 트럭을 바라보고 있는데 요양원에 계신 나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기사는 노모를 모시고 마지막 추억 여행을 다니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어머니를 모시고 여행을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가족이란 무엇일까? 부부란 무엇인가? 특별한 설명은 필요 없는 것 같다. 무거운 짐이 있을 때 함께 나누는 사람, 외롭고 쓸쓸할 때 옆에 앉아서 말 벗이 되어 주는 사람, 그런 존재 아닐까? 허리 통증이 사라지기 전에 아내에게 땡깡(생떼)이라도 부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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