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된다는 것,
관장소녀(灌腸少女)

by JJ

아빠가 된다는 것

2011년 3월

생물학적으로는 딸이 엄마의 뱃속에서 나왔을 때 부터 나는 아빠가 되었다. 그런데 그것은 말 그대로 생물학적인 아빠 일뿐이다. 진짜 아빠가 되려면 그 다음부터다. 아픈 딸을 위해 새벽부터 쌀죽을 만들어야 하고, 방안에 늘어진 장난감을 하루에도 몇 번씩 정리해야 하고, 일요일 아침에 뻥튀기를 사러 시내를 뛰어다니기도 해야 한다.


아무리 먹고 싶다고 떼를 써도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은 주지 말아야 한다. 토해도 다시 약을 먹여야 하고, 얼굴을 쥐어뜯어도 치료를 해야 할 때는 엉덩이를 때려서라도 치료를 해야 한다. 그리고 또 해야 할 많은 일들이 있다.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가 있기에 감사하지만 가끔은 아빠도 지친다.


딸은 퇴원 후 한 동안 잘 놀더니, 다시 장염이 재발했다. 이번에는 발진과 고열도 동반되었다. 다시 응급실에 가서 관장을 하고 약을 받아왔다. 아파서 우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 가슴을 바늘로 찌르는 것 같다. 부모는 때론 모질어야 한다.


아무리 울며 떼를 써도 위험한 물건은 만지지 못하게 해야 하고, 위험한 장소에는 가지 못하게 해야 한다. 아파서 음식을 소화를 시키지 못할 때는 먹을 것을 주면 안 된다. 아이를 잘 돌보아야 하는 것. 이 한 줄에 얼마나 많은 부모들의 노력과 희생이 담겨 있는지 알 것 같다. 희생하지 않고 아이를 키울 수는 없다. 부모는 아이에게 희생의 의미를 배운다.




관장소녀(灌腸少女)

2011년 4월

여전히 딸의 장염은 계속되고 있다. 인내가 필요한 날들이다. 복통 때문인지 오늘은 유난히 심하게 떼를 쓴다. 오늘은 하루종일 딸과 함께 보냈다. 기저귀도 갈고, 밥도 먹이고, 공원 산책도 했다. 오후에는 블록 쌓기와 공놀이도 했다. 지금까지도 만만한 시간은 아니었지만, 앞으로 더 많은 희생의 시간이 필요할 듯싶다. 딸은 요즘 집에서 관장을 한다.


보통의 경우 한 두 차례 관장을 하면 좋아진다고 하나, 딸의 상태는 심각한가 보다. 호전이 없다. 속상하고 걱정이 되지만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니 긍정적인 마음을 갖아야 할 것 같다. 딸의 표정, 눈짓, 행동, 울음소리 하나하나에 촉각이 곤두선다. 3개월 넘게 장염으로 고생을 했으니 예민해질 만도 하다. 아이 키우기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