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봄.
부르기만 해도 설레는 이름이다. 오랜만에 나들이를 나왔다. 딸은 쉬지 않고 공원을 뛰어다닌다. 엄마는 조금 걷더니 벌써 지친 모양이다. 요즘 딸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같이해”와 “싫어”다. 뭔가 요구사항 있을 때는 내 목덜미를 잡아끌거나 머리를 잡아당기기도 한다.
태어나서 목덜미를 잡혀보는 일은 처음이다. 딸의 떼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자다 깨면 울고, 배고프면 울고, 안 놀아 주면 울고. 아무 이유 없이 생떼를 부릴 때도 있다. 딸의 하루는 두루마리 화장지를 푸는 것으로 시작한다. 안방을 시작으로 거실까지 두루마리 화장지 풀기, 서랍장 물건 빼놓기, 엄마 옷 갖고 놀기, 비누 장난치기. 그 밖에 상상 이상으로 방을 어지럽혀 놓는다.
얼마 전부터 벽에 낙서가 시작되었다. 가구에도 낙서를 한다. 그것도 모자라 자기 몸에도 낙서를 한다. 딸의 행동반경이 커짐에 따라 치다꺼리해야 할 일들이 늘어나고, 알아가는 것이 늘어나면서 요구사항도 많아진다. 며칠 전부터 말문이 조금씩 터지기 시작했다. “엄마 이건 뭐야?”라는 말을 했는데, 얼마나 놀랍던지....
딸의 커뮤니케이션은 진화한다.
1-12개월 : 울음
12-24개월 : 떼
24개월 후: 떼부리며 질문
2012년 5월
TV를 보고 있는데 딸이 조용히 옆으로 다가와서 손에서 뭔가를 슬며시 내밀었다. 무엇일까? 기대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무엇이었을까? 바로 똥이었다. 자기가 싼 똥을 가지고 와서 나에게 내민 것이다. 딸이 드디어 변을 가리기 시작한 것이다. 다른 아이들보다 늦었지만 내겐 이것도 기쁨이다. 똥이 그렇게 반가운 적은 처음이었다.
2012년 5월
딸이 샤프심을 먹었다. 한두 개도 아니고 한통을 먹었다. 아내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이곳저곳 응급실을 찾아다녔는데 큰 문제는 없어 보이니 하루 정도 지켜보자고 한다. 하얀 이에 까만 연필심을 잔뜩 묻히고 천연덕스럽게 웃고 있는 모습을 보니 맥이 풀려버렸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늘 긴장의 연속이다. 한순간이라도 방심하면 사고로 이어진다. 조용하면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요즘 딸이 자주 하는 말은 “맛있다”와 “예쁘다”이다. 제법 말이 늘었다.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아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 날이 갈수록 개구쟁이가 되어간다. 놀아주기도 힘이 든다. 요즘은 딸 때문에 기도를 하는 습관이 생겼다. 오늘도 무사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