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아내는 떼를 부리는 딸의 감정만 중요하고 왜 본인의 감정은 중요하지 않느냐고 서운해 한다. 그렇다. 하루종일 아이와 씨름하는 엄마와 퇴근 후 잠깐 놀아주는 아빠는 근본적으로 아이를 보는 관점이 다를 수 있다. 그래도 아이에게 화가 난 엄마를 이해시키려고 할 것이 아니라, 부모가 아이를 보호해야 하는 것이 순서 아닐까?
아내가 힘들다는 것은 안다. 아내의 노력으로 딸이 이만큼 컸다. 고맙다. 그래도 조금만 더 아이에게 따뜻한 엄마가 되어 줄 순 없을까? 아이를 키우다 보니 엄마는 강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의인도 되었다가, 악인도 되었다가, 천사가 되기도 하고, 저승사자가 되기도 된다. 나도 이참에 아내에게 가야 할 사랑이 모두 딸에게 간 것은 아닌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2012년 9월
늘 밥을 먹듯이 늘 노력해야 한다. 되고 안 되고는 다음 문제다. 100을 넣었다고 100이 나올 것이라는 생각은 버리자. 공식대로 살아지는 것이 아니다. 유연하게 그리고 마음을 가볍게 하자. 안될 수도 있는 노력을 하는 것. 그것이 비움인 것 같다. 안 될 때는 너무 용쓰지 말자. 용쓴다고 다 되던가?
2012년 9월
예전엔 믿지 않았지만 인연이라는 것은 정말 있나 보다. 참 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갔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지금 아내가 내 옆에 있고, 딸이 함께 있다는 것은 분명 인연이다. 먼지처럼 사라진 사람들 속에서 남아 있는 단 한 사람. 아내.
아내로서, 여자로서, 엄마로서 아쉬운 점도 있지만 이해한다. 아내도 나를 그렇게 생각할 것이므로.
인연은 우연히 올 수도 있지만 노력해서 만들기도 하는 것 같다. 무심코 열어본 싱크대 수납장에 음식점 쿠폰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쿠폰을 모으면 서비스가 제공된다고 한다. 냉장고 옆에 돼지 저금통에는 10원짜리 동전이 가득 담겨 있다. 1,000원 아끼려고 인터넷을 뒤지고 있는 아내를 보면 미안하다. 여러 가지로 미비한 남편과 살아줘서 고맙고 미안하다. 모든 대한민국의 남편이, 아빠가 사는 이유는 하나다. 가족, 그들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