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비빔밥을 비벼주는 식당은 없을까? 꽃게탕을 시키면 살을 발라주는 곳은 없을까? 뼈를 발라주는 삼계탕집은 없을까? 만사가 귀찮을 때는 이런 엉뚱한 생각을 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먹는 것에 시간을 투자하지도, 정성을 쏟지도 않았다. 이해할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맛있는 음식을 찾아 돌아다니는 사람들이었다. 나는 배만 채우면 된다는 전형적인 머슴형 인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먹는 것도 큰 즐거움 중 하나다. 본능에 충실해야 한다. 맛있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요즘 정성 들여하고 있는 일 중 하나가 생선의 가시를 바르는 일이다. 딸은 생선 마니아다. 나의 밥상에는 생선이 없어도 딸의 밥상에는 늘 생선이 있다. 내가 지금 딸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다. 기도하고, 사랑하고, 가시를 발라주고.
2012년 11월
요즘 우리 집의 물건은 남아나는 것이 없다. 딸이 손만 댔다 하면 모든 것이 고장이다. 시계, 리모컨, 컴퓨터, 액자, 책, 커튼, 심지어는 욕실 문도 망가뜨린다. 엊그제도 TV 모니터를 둔기로 내리쳐 액정이 깨졌다. 딸은 오늘 구강염 치료를 받았다. 단순히 떼 부리는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입안에 심한 염증이 생겼던 것이다. 부모는 아이를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에게 간다. 부모가 얼마나 관찰하고 사랑하느냐에 따라 아이는 천국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할 수 있다.
2012년 12월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또 다른 인내다. 아이를 키우는 인내심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아이를 키우기 전에는 나에게 이런 인내심이 있는지 몰랐다. 밥 한 끼 먹이는 것에도 인내심이 필요하다. 목욕 한 번시키는 것도 인내심이 필요하다. 오늘은 아내와 외식을 하러 나갔다가 딸의 강력한 떼로 음식점까지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는 초유의 사태를 경험해야 했다.
하는 수없이 분식집에서 김밥과 어묵을 포장해서 주차장으로 돌아와 차 안에서 저녁을 먹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아내와 나는 서로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아무 말 없이 포크로 어묵을 찍어댔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정말 많은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노는 것도 인내심이 필요한데 하물며 아이를 키우는 것이야 오죽하겠는가? 아침에 눈뜨자마자 떼부리기 시작해서 밤에 잠들기 직전에 다시 떼로 마무리한다. 오늘도 딸의 떼는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