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얼마 전부터 계약직으로 일을 하고 있다. 오랜 공백기간을 깨고 구한 일자리다. 마땅히 축하해 줘야 할 일이지만 마냥 즐겁지는 않다. 나이 많은 경력단절녀가 사회에 나가서 할 수 있는 일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하는 일이 많이 힘들고 고된가 보다. 남편에게 위로를 받고 싶은데 남편은 위로다운 위로나 격려가 없다. 그렇다고 남편이 무심한 사람은 아니다. 말로 다 표현을 못해서 그렇지 집안일을 열심히 도와주고 있다. 표현을 안 한다기보다 표현을 못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담배를 안 끊는 것이 아니라 못 끊듯이.
아내가 예전에 했던 일은 지금 하고 있는 일 보다 편한 일이었다. 그래서 지금 하는 일이 더 고되게 느껴질 수 있다. 직장생활도 비슷하다. 엄청난 업무량과 노동강도로 일하는 회사가 있는가 하면 상대적으로 편하게 일하는 회사도 있다. 나는 그런 차원에서 한 말이었다. "지난번에 편한 곳에서 일해서 지금 상대적으로 더 힘들게 느껴질 수도 있어"라는 의미로 말을 했다. 그런데 아내는 다르게 받아들였다. "그래서 힘들지도 않은 일들을 내가 힘들다고 말한다는 얘기야?"라고 받아들이면서 언쟁이 시작된 것이다. 남편의 위로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남편은 엉뚱한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아내는 "지난번 일도 힘들었지만 지금 일은 더 힘들다." 그러니 위로를 바랐던 것이다. 순식간에 인정 없는 매정한 남편이 되어 버렸다. 논란의 여지는 있다. 나의 표현방법이 서툴렀을 수도 있고, 표현은 틀리지 않았으나 받아들이는 사람이 확대해서 받아들여 들였을 수도 있다. 새가 지저귀는 것은 기뻐서 지저귀기도 하지만 슬퍼서 지저귀기도 한다. 듣는 사람의 기분에 따라서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다르게 받아 들 일 수 있다.
남편의 하루도 만만치 않다. 회사에서 하루종일 진을 빼고 집에 오면 녹다운이 되어 쓰러진다. 아내를 위로하고 격려해주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다. 내가 살아야 다른 사람도 위로를 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기 때문이다. 엄마가 우울하면 어떻게 아이를 즐겁게 돌보겠는가? 엄마도 재충전을 해야 그 힘으로 아이를 키우는 것이다.
남편도 비슷하다. 남편도 지쳐있고 헤매고 있어서 위로 할 힘이 없다. 그래서 말없이 설거지를 하고 방청소를 하고 있는 것이다. 말만 하고 행동은 하지 않는 것보다 낫지 않는가? 대부부 남편들은 비슷하다. 상위 0.1%의 남편, 상위 0.1%의 아내를 비교하면 안 된다. 그러면 서로 힘들어진다. 비가 오면 그냥 비를 맞고 걸어야 할 때도 있는 것이다. 우산 없이 혼자 걸어가야 할 때도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겨내는 것이다. 그것이 어른이다.
싸움이라는 것은 자기를 보호하려는 방어기제 때문에 생기는 것 같다. 그래서 한쪽이 포기를 하면 다툼이 생기지 않는다. 이해되서가 아니라 포기하는 것이다. 싸움은 짧게 끝내야 한다. 그리고 상처 주는 말을 하지 말고 넘지 말아야 할 선은 넘으면 안 된다. 진짜 전투는 밖에 나가서 해야 하기 때문에 집에서는 전투력을 소진하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