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짓기 프로그램의 역사를 돌아보면 오래전에 임성훈 씨가 진행했던 "행운의 스튜디오"라는 프로그램이 있었고, 10년 전에 SBS의 "짝"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지금 나는 솔로의 제작진이 10년 전 "짝"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제작진이다. "짝"이라는 프로그램도 꽤 흥미롭게 봤었는데 출연진 중 한 명에게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서 프로그램이 폐지되었던 것으로 기억을 한다.
그 후로 10년 만에 부활한 것이다. "나는 솔로"의 제작팀이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는 천부적인 감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는 흥미롭고 재미있는데, 정작 출연자들이 실제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는 확률은 낮은 것 같다. 결혼 정보회사가 아니고 짝짓기 프로그램이니 그것까지 신경을 쓸 필요는 없겠지만 프로그램에는 기획의도나 목적이 있어야 한다.
출연자들은 짝을 만나 결혼하길 원해서 나왔지만 실제 결혼한 쌍은 많지 않다. 왜일까? 스펙 좋고 외모 출중하고 어디 하나 빠질 것 없는 것 없는 사람들인데 왜 그럴까? 경쟁을 하게 만들어 놔서 그렇다. 경쟁자가 없어도 연애하고 결혼을 한 다는 것은 힘든 것인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연애 배틀까지 해야 한다. 그러니 더 어려워지는 것이다. 모든 시장이 원리는 똑같다.
경쟁이 많으면 치열해지고 경쟁에서 지면은 내가 먹을 수 있는 파이가 적어진다. 사랑이 과연 경쟁에 이겨서 쟁취하는 것일까? 동네에 먹을 만한 치킨집이 하나 있는데 유명한 대기업 프랜차이즈 치킨집이 두 개가 더 생겼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치킨집으로 발길을 돌리게 된다. 우리 회사에 김대리는 성실하고 예의도 바르고 일도 잘하는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새로운 사람 A가 입사를 했다.
A는 미모와 지성과 실력을 갖춘 슈퍼 엘리트다. 김대리는 A에게 의문의 1패를 당하게 된다. 김대리는 예전과 같은데 외부에서 A가 들어와서 미운오리새끼가 되는 상황이다. 기획의도가 예능차원에서 즐겁게 연애 한 번 해보자라고 생각해서 만든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진지하게 결혼을 생각해서 출연을 한 것이라면 출연자들은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이 아닌가 싶다. 수능에서 1등 하듯이 노력하고 경쟁해서 얻어내야 하는 것이 연애일까?
약 1주일간의 시간.
그 시간 동안 매일매일 보며 한 공간에 있으면 없던 감정도 생기기 마련이다. 그게 시스템이다. 시스템을 만들어 놓으면 대부분의 사람은 몰입을 하게 되고 감정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과몰입을 하게 되는 것이다. 제작진은 과몰입을 할 수밖에 없는 장치를 여러 가지 만들어 놓았다. 연애만 할 때는 그 보다 더 좋은 환경은 없다. 그러나 나와서 현실에서 이야기는 또 다르다. 과몰입을 하기 힘들다.
결혼은 평온한 설렘을 주는 사람을 만나서 평온한 상태에서 하는 것이다. 갈등하고 경쟁하고 쟁취해서 결혼에 골인하는 난투극 같은 것이 아니다. 그건 그냥 일루젼일 뿐이다. 상황이 만들어낸 일루젼. 개중에 정말 분위기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방식대로 사랑을 찾아 나서는 사람도 있다. 어쩌면 아무런 노력 없이 서로가 너무 좋아 저절로 사랑하고 저절로 되는 결혼이 가장 훌륭한 결혼이다.
경쟁자체가 안 돼야 결혼이 되는 것이다. 그 사람만 보여야 되는 것이다. 연애는 흔들릴 수 있지만 결혼은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결혼에 절실한 마음이 있는 사람들이 모였기에 경쟁이 치열해지고 그 속에서 갈등이 있고 기승전결이 있어서 시청자는 즐겁고 재밌지만 내가 솔로라면 나는 방송에 나가지는 않을 것 같다. 금메달 따기 경쟁 같은 것을 하면 수단과 목적이 변질이 될 수 있다.
사랑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쟁취에 포커스가 맞춰지면 안 된다. 세상에는 나보다 세고 훌륭한 사람들이 얼마든지 많다. 더 훌륭한 기술과 스펙이 있는 사람이 나타나면 내 사랑은 쟁취를 당해야 하나? 내 사랑을 잃어버려야 하나? 맛있는 음식들이 여러 가지 있는데 가장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경쟁하는 것이라고 말하면 비약일까?
사랑은 쟁취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자연스러워야 하는 것이다. 사랑은 그냥 꽂히는 것이지 경쟁하는 것이 아니다. 휩쓸리지 말라. 아, 오해가 있으면 안 된다. 노력을 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노력이 없이도 될 정도로 확신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프로그램을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재밌다. 방송제작자는 사회적인 역할도 해야 한다. 재밌는 연애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연애를 장려하고 출산을 독려하는 시금석을 마련하는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단 출연자들은 프로그램에 과몰입하지 말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연애와 결혼을 잘 구분해야 한다. 연애 프로그램에 백번 출연해도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결혼을 못하고 계속 헤매고 다닐 것이다. 스펙과 미모의 문제가 아니다. 본인은 안 한다고 생각하지만 못하는 것이다.
악담하는 것은 아니고 운 좋게 결혼을 해도 이혼을 할 확률이 높다. 마인드셋이 먼저 되어 있어야 한다.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연애와 결혼은 접근방식 자체가 달라야 한다고 본다. 연애는 낭만이 있어야지만 결혼은 원칙 있어야 된다. 연애와 결혼은 급이 다르다. 권투로 따지면 체급이 다른 것이다. 라이트급 챔피언이 체중을 올리지도 않고 헤비급챔피언이 되려고 하다가는 맞아 죽는다. 체급먼저 올려놓고 싸워야 한다.
나도 오랜 시간 솔로의 시간을 보내고 지금의 아내와 결혼하여 살다 보니 직관이라는 것이 생겼다. 저 커플 중에서 누구와 누구는 결혼하면 잘 살 것 같다. 혹은 저들은 프로그램에서는 커플이 되지만 나와서 현실 연애를 하다 보면 깨질 것 같다는 직감이 있다. 단순한 직감이라기보다는 통계나 데이터라고 표현하는 게 더 맞을 수도 있겠다. 살면서 그동안 수많은 연애 커플들을 보고 나도 연애를 해보고 결혼을 해보니 데이터가 축적되는 것이다. 경험해 본 사람만 할 수 있는 얘기다.
짝을 찾아 나서는 여정이 쉽지는 않다. 프로그램에서도 어렵고 프로그램 밖에서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짝을 찾아 나서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본성과 인간의 심리, 인성, 가치관, 인품, 지혜, 성품.
그 모든 것들이 나타나는 것 같다. 오랫동안 이 프로그램을 지켜봐 왔는데 나의 느낌은 틀린 적이 거의 없다. 섣불리 예견하지 않지만 예견한 것은 다 맞았다. 경험은 단순한 의견이나 주장이 아니다. 정확한 데이터다. 연애만 하지 말고 결혼을 하시라. 또 다른 세계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