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냐? 나도 아프다, 당근을 달라

by JJ

아프냐? 나도 아프다.

2014년 8월

결혼을 하고 나서는 아프지도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결혼 후 내 몸은 나 혼자만의 몸이 아니다. 맘대로 아파서도 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철인이 아니기에 가끔 아플 때가 있다. 얼마 전에 감기몸살이 심하게 걸린 적이 있다. 아침부터 목이 따끔거렸고 회사에 출근하니 춥고 머리가 어지럽기 시작했다. 안 되겠다 싶어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고 약을 처방받았다.


주사도 잠시, 저녁이 되니 몸은 더 안 좋아졌다. 기침도 하고 온몸이 아프고 쑤셨다. 나의 감기몸살은 다른 사람들보다 유난히 심하다. 보통 3-4일이고 심한 경우에는 일주일 동안 끙끙 앓을 때도 있다. 그래서 이번에도 주사도 맞고 약도 먹었으나 이미 와버린 몸살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저녁도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약을 먹고 작은 방으로 가서 가만히 누웠다.

‘얼른 약 먹고 나아야 내일 또 일하러 나가는데......’






그렇게 약기운에 취해 잠이 들었다. 밤새도록 끙끙 앓고 아침에 눈을 떴지만 차도가 없었다. 오히려 두통은 더 심해진 것 같다. 천근 같은 몸을 가누며 옷을 주섬주점 입고 밥상머리에 앉았다. 이런 날은 하루쯤 쉬고 싶지만 먹고 산다는 게 뭔지 서글펐다. 어렵게 밥을 한 수저 입에 털어 넣으며 힘없는 목소리로 아내에게 투정을 부렸다.

“아이고 나는 왜 이렇게 한 번 몸살이 오면 심하게 아픈지 모르겠어. 아이고 죽겠다.”


어제저녁에 들어와서 약을 먹자마자 잠자리에 들었고 아침에 일어나서 아내에게 처음 한 말이다. 그러자 아내의 딱딱한 말 한마디가 돌아왔다.

“나는 더 힘들어”


순간 서러움이 밀려왔다. 말하지 말걸 그랬나 보다. 말하지 않았으면 서운함이라도 덜할 텐데......

물론 아내도 힘들다. 네 살 난 말썽쟁이 딸과 6개월 된 아들, 그리고 고된 가사와 남편 뒷바라지까지 얼마나 하루하루가 힘들겠는가?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서운하다. 적어도 오늘 아침 그 순간만큼은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가 듣고 싶었다.

“여보 급한 일 없으면 하루 쉬어. 건강이 중요하지 일이 중요한가?”


이 상투적이 한마디가 그리웠는데 그 말을 듣는다는 것이 참 어려운 것인가 보다. 그런 대답을 들으려고 아침부터 투정을 부린 것 아닌데. 산다는 게 그런 것이겠거니 하면서도 외롭다.



당근을 달라

2014년 9월

순진함과 순수함. 그리고 정직함.

아내의 가장 큰 매력이자 장점은 순박함과 정직함이었다. 세속에 찌들지 않고 현실에 타협하지 않는 올바른 정신을 갖고 사는 사람, 만화나 영화 속에 나오는 캐릭터 같다고 할까? 그러한 순박함 때문에 그녀를 선택했던 내가 요즘은 다른 생각을 한다.

‘저 상황에서는 융통성이 있어도 좋을 텐데. 좀 더 유연하게 생각을 해도 될 텐데, 저 경우는 고집을 피울 상황은 아닌데, 남들은 이리저리 잘도 빠져나가고 해결하던데, 너무 곧은 건 아닐까?’


매사에 긍정적이고 여유 있게 사는 사고방식은 무사태평하고 안일하게 살고 있는 것 같아 보이고, 자존감이 강하고 지조 있는 성격은 외골수적인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어디선가 그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사랑이 변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변하는 것이라고. 어쩌면 내가 그런지도 모르겠다. 내 마음이 변한 것일까? 아니,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그때는 연애시대 였고 지금은 결혼시대 아닌가?


지금은 결혼을 하고 아이도 있기에 상황에 맞춰 사는 방식도 유연성 있게 달라져야 하지 않나 싶다. 나도 연애 때의 “oo 씨”가 아닌 두 아이의 아빠고 한 여자의 남편이어서 많은 생각들이 바뀌었다. 가끔은 여러 가지 상념 때문에 새벽에 깨어 잠을 이루지 못하고 아침을 맞기도 한다. 가정을 지키고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압박 때문인 것 같다.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나의 마음을 아내는 알까? 한 달이 되면 정확하게 통장에 월급이 입금이 되고, 8시가 되면 집에 들어와서 집안일을 도우며 딸과 놀아주고 같이 TV를 보고 일상을 얘기하는 것들....... 당연한 일상이고 당연한 행복이라고 생각을 하지만 이런 작은 행복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행복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노력이다. 남편의 노력이고 아내의 노력이다.


행복하다고 믿지 않으면 행복은 오지 않는다고 한다. 아내의 투정이 가끔은 나를 힘 빠지게 하고 씁쓸하게 할 때가 있다. 길 가는 세상의 모든 아빠들을 붙잡고 물어보라. 백이면 백 명 모두가 좋은 집에 좋은 차에 좋은 음식을 먹으며 살고 싶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결혼생활은 채찍보다 당근이 더 많이 필요하다. 아내도 남편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여자는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모든 것을 주고, 남자는 자기를 인정하는 사람에게 목숨을 바친다”는 말이 있지 않던가? 나에게 당근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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