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는 기본적으로 먹고 입는 것부터 시작해서 질병이나 사고 등 신경을 써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말을 하기 시작하고 자기 의사를 표현하기 시작하면서 자아가 형성되는데 아이들은 이때부터 본격적인 떼쓰기가 시작되는 듯싶다. 우리 딸의 떼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요즘은 눈만 뜨면 떼를 쓴다. 떼를 쓰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고 한다.
까다로운 기질을 타고난 것도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떼를 쓸 때, 부모들의 잘못된 대처가 더 문제가 된다고 한다. 아이들이 떼를 쓸 때는 그것이 정당한 이유든, 말도 안 되는 이유든 반드시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한다. 따라서 그런 심리적 의미를 알려고 하는 부모들의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한다. 요즘 우리 딸의 떼는 아마 절정에 다다른 것 같다.
새벽에도 두 시간씩 떼를 쓰며 울기도 하고 졸리면 한 시간씩 울며 떼를 쓰다가 잔다. 그 외에도 숟가락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떼를 쓰고, 그림이 마음대로 그려지지 않는다고 떼를 쓰고, 반찬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떼를 쓰고, 옷이 잘 입혀지지 않는다고 떼를 쓴다. 아내가 둘째 출산으로 딸을 보살펴주지 못한 것도 심하게 떼를 쓰는 이유 중에 하나인 듯싶다.
떼 말고도 충분히 힘든데 떼까지 쓰니 밉상이다. 잘 사랑한다는 것이란 무엇일까? 적당히 사랑하는 것일까? 열렬히 사랑하는 것일까? 아이를 사랑하는 방법도 어렵다. 다 된다고 해도 안되고, 다 안 된다고 해도 안된다. 요즘 딸은 보약을 먹고 있다. 몸무게도 늘지 않고 병치레가 잦아 아내가 결단을 내렸다. 아빠는 못 먹어도 딸은 먹어야 한다. 내 어머니가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원기 회복하여 더욱 강력한 떼를 경험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아이의 떼는 부모들에게 생각보다 많은 스트레스를 준다. 부모의 기준으로만 생각하면 결코 아이를 이해할 수없다. 딸아 건강하게만 자라라. 아빠가 떼쯤이야 얼마든지 받아줄 수 있다.
딸은 조금씩 논리적으로 자기 생각을 말하기 시작한다. 그리서 이제 논리적으로 이해시켜야 한다. 과거의 아버지들처럼 “나를 따르라”식의 리더십은 통하지 않는다. 비록 딸이 이해를 하지 못하더라도 최대한 쉽게 설명해서 설득시켜야 한다. 오늘은 바지에 오줌을 싸고도 씻지 않겠다고 해서 억지로 옷을 벗겨 목욕을 시켰다. 감기에 걸려서 한동안 고생을 하다가 이제야 조금씩 나아가는데 민소매 옷을 입겠다고 고집을 부려서 억지로 두꺼운 옷을 입혔다.
딸은 내가 미운가 보다. 한참을 떼쓰기가 시작된다. 자기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떼를 쓰고, 내가 억지로 옷을 벗겨 씻긴 것이 못마땅한 것이다.‘판단은 옳았는데 표현방법이 잘못된 것일까? 더 타일러야 했을까? 언제까지 타일러야 하지?’이런저런 생각들이 들었다. 아빠에게는 사소할 수 있지만 아이에게는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더 많이 생각하고 노력하는 아빠가 되어야 하나 보다.
떼쓰는 아이에 대한 여러 의견들이 있다. 의견과 연구를 종합해 보면 기질적으로 떼가 심한 아이가 있지만 훈육을 통해 고칠 수 있다고 한다. 가끔 전혀 떼를 부리지 않은 아이를 보면 신기하다.
‘어떻게 저렇게 얌전할 수가 있을까?’
오늘 딸 목욕을 시켰다. 엉덩이, 콧구멍, 귓불, 겨드랑이, 손가락, 발가락, 머리카락 한 올까지 깨끗이 닦았다. 로션을 바르고 머리를 빗기고 옷을 입혔다. 깨끗하고 이쁘다. 이렇게 예쁜데 갑자기 돌변하여 떼를 쓸 때는 정말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떼쓰는 아이들에게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고 하는데 이유를 알 수가 없다. 한번 떼를 쓰기 시작하면 무서울 정도다. 망연자실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달래 보기도 하고 엉덩이를 한 차례 때려 보기도 했지만 소용없다. 아내는 아예 같이 운다. 이쯤 되면 완전초상집 분위기이다. 가끔 주위에서는 떼쓰는 아이를 부모의 잘못된 훈육 탓으로만 보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그렇지만은 않다. 앞서 말한 것처럼 기질적인 요소도 분명히 있으며 쉽게 바뀌지 않는 아이도 있다. 전문가의 말이 모든 상황에 다 적용되어 맞아떨어지지는 않는다.
아이는 모두 다르다. 떼를 더 부리는 아이도 있고 덜 부리는 아이도 있는 것이다. 그것이 정상이다. 잘 키워서 떼를 안 부리고 잘못 키워서 떼를 부리고의 문제는 아니다. 떼쓰는 아이와 30분만 있어보라.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힘들다. 그것이 매일 반복된다고 생각해 보라. 떼쓰는 아이도 연구대상이 되지만, 떼를 받아주고 훈육해야 하는 부모들의 정신적인 스트레스 또한 상당을 초월한다.
가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딸에게 화를 내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 너무 부끄럽고 자괴감이 든다. 부모는 아이를 이기려고 하면 안 된다. 아이를 이긴다는 표현이 우스울지 모르지만 하루 종일 아이와 있다 보면 나도 모르게 아이를 이기려고 하는 상황이 되기도 한다. 아이는 경쟁상대가 아니라 보호대상이다. 잘 사랑한다는 것이란 무엇일까? 적당히 사랑하는 것일까? 무조건 열렬히 사랑하는 것일까? 이성적으로 사랑하는 것일까? 감성적으로 사랑하는 것일까?
연인의 사랑과 자식의 사랑은 많이 다르다. 그러나 공통적인 것은 너무 지나치면 집착이 된다. 모자라지도 남지도 안을 것. 그가 나처럼 되기 바라고 내 생각처럼 살아주기 바라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요즘은 딸은 곰인형을 가지고 논다. 신혼여행 때 사 온 곰돌이 곰순이 인형인데, 요즘은 인형에 관심이 많은가 보다. 한참을 갖고 놀더니 곰돌이의 바지를 벗긴다. 곰돌이가 추울 것 같으니 옷을 입혀주라고 하자, 딸이 말한다.
“아빠, 곰돌이 오줌 쌌어 기저귀 갈아줘야 해.”
모든 부모들도 느끼는 감정이겠지만 아이가 변해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놀랍고 기특하다. 인간이 결혼 전에 수백 가지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수 만 가지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 인간을 더 성숙하게 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성숙하다는 것은 수많은 감정들을 느끼며 공감한다는 것이니까.
딸은 장난감을 갖고 놀다가 오늘도 떼를 쓴다. 회사일과 집안일로 머리가 복잡해져 있는데 집에 오니 아내도 하루가 힘이 들었는지 표정이 어둡다. 딸이 또 생떼를 부려서 엉덩이를 한차례 때렸다. 딸은 또 운다. 무언가 자기는 서운한 게 있는 게다. 아빠가 내 마음을 몰라주고 나를 때려서 너무 원망스럽다는 표정이다. 달래도 보고 화도 내보고, 쓸 수 있는 모든 카드를 다 써 보아도 막무가다.
그럴 때는 정말 포기도 방법이라는 말이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부모 노릇 하려면 정말 많이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우리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부모 노릇하기 힘들다”라는 말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각오와 희생이 없다면 결혼할 생각을 하지 마라. 아이도 부모도 행복하지 않은 삶이 될 수 있다. 훈육의 방법을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을 해봐야 할 듯싶다.
받아주겠지만 다 받아줄 수는 없다는 뜻을 아이에게도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 부모는 아이의 떼를 무조건 받아주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가 바른 길로 갈 수 있게, 안전한 곳으로 갈 수 있게 표지판이 되어 주고 울타리가 되어 주는 사람이다. 다 받아주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사실 이 방법이 온전히 옳은 방법인지는 알 수 없다. 많은 전문가들이 말하는 훈육법이 과연 다 맞을까? 아무리 생각하고 적용을 해 보아도 안 맞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며칠 전 엄마가 김밥을 한 개 집어먹었다고 그렇게 몇 시간 동안 떼를 쓴다. 떼도 이런 생떼가 없을 것이다. 김밥을 혼자만 먹겠다고 한다. 설득이 필요 없다. 아마 엄마가 딸에게 말하지 않고 냉큼 먼저 김밥을 집어먹어서일까? 엄마가 자기의 김밥을 빼앗어 먹는다는 느낌이었을까? 설령 그렇다고 해도 그게 한 시간 동안 울일인가? 도무지 이유를 모르겠다. 환장할 노릇이다.
아이의 일거수일투족 모든 상황을 이해하고 설득시킬 순 없다. 그렇게 하면 집안일은 전혀 할 수 없고 아이 수발하다가 하루가 다 지나갈 것이다. 그게 실전이다. 그래도 조금만 더 우리가 아이를 배려하고 세심히 관찰해서 인격적으로 대하면 아이는 분명 달라질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 시기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떼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성장하면서 없어진다고 한다. 부모는 그때까지 참고 기다려야 한다.
아이의 인성은 부모에게서 나온다. 항상 이뻐해 주고 웃음만 보이는 아빠이고 싶지만 그것이 진정 딸을 위하는 일인지 모르겠다. 규율도 예절도 알아야 하고 남과 어울리는 법도 배워야 한다. 잘못된 행동을 하면 엉덩이를 때려서라고 바르게 잡아줘야 한다.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마음은 뽀뽀만 하면서 키우고 싶다.
키즈카페에 왔다. 날씨가 추워 야외 놀이터에서는 놀 수가 없다. 4시간을 쉬지 않고 놀더니 목이 마르다며 오렌지 주스를 사 달라고 한다. 밥도 잘 먹지 않는데 놀 때는 어디서 저런 에너지가 나오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