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자주 해서는 안 되는 말
2012년 1월
오늘도 딸은 어김없이 심하게 떼를 쓴다. 내일은 아침 일찍 중요한 회의가 있어서 빨리 잠을 자야 한다.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매일 반복되다 보니 정말 인내력의 한계를 느낀다. 아내와 나는 점점 육아에 지쳐갔고 아내는 요즘 극도로 예민해져 있다. 육아는 논리도 안 통하고, 합리도 안 통하고 이성도 안 통할 때가 많다. 아이가 어느 정도 클 때까지는 감수해야 한다. 아내는 요즘 힘들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힘든 게 당연하다. 아이 키우는 게 쉽다고 얘기를 하는 엄마는 들어보지 못했다. 받아들여야 한다. 아내는 오늘도 결국 딸에게 버럭 화를 냈다. 딸에게 누워 자라며 소리치는 아내의 말에 딸은 겁에 질려 벌떡 누워버린다. 그리고 누워서 운다. 과연 애를 그렇게 울려서 재울 수밖에 없었을까? 엉엉 울다가 딸이 조금 전 먹은 음식을 토했다. 보다 못해 내가 한마디 했다.
“당신 애를 보는 거야? 애를 잡는 거야?”
머리끝까지 화가 나 있는 아내가 가만히 있을 리 없다.
“당신도 하루종일 애랑 씨름하면서 있어봐. 얼마나 힘든 줄 알아? 퇴근하고 애 좀 잠깐 보는 게 뭐 대단하다고 큰소리야!”
가볍게 한마디 하고 지나가려고 했는데, 아내의 말에 신경이 곤두섰다.
“그래 말 잘했어. 나도 하루종일 상사 눈치 봐가며 거래처 대표한테 굽신거리면서 진이 빠지도록 일했어. 몸이 녹초가 되어 집에 들어와서 애 밥 먹이고 목욕시키고 나도 잠시도 못 쉬었어. 여기서 뭘 어떻게 더 하냐고? 애 보는 게 얼마나 힘든지는 모르지만 내가 당신보다는 잘 보겠다!”
결국 해서는 안 될 말을 해버렸다. 나도 힘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넋두리였다. 울며 토하는 딸을 보고 있을 수가 없어서 밖으로 나가버렸다. 막상 나오니 갈 곳이 없다. 어슬렁 거리며 동네를 걷다 보니 어제 딸과 함께 빵을 샀던 제과점이 보였다. 나도 모르게 빵가게에 들어가서 딸이 좋아하는 빵 하나를 집어 들었다. 아내가 좋아하는 샌드위치를 살까 했지만 손이 가질 않았다. 아무래도 나도 화가 덜 풀린 것 같다.
나도 당신이 힘들다는 것을 안다. 그래도 같이 보듬고 위로하면서 살아야 하지 않는가? 서로 헐뜯지 말고 감싸며 살아야 할 것 아닌가? 당신은 힘들면 하나님께 기도라도 하지. 나는 아무에게도 말할 사람이 없다. 그리고 아무리 힘들어도 이혼이라는 말은 꺼내지 말자. 여자가 가끔 말하는 “이혼”은 시위일지 모르지만, 남자들이 한번 말하는 “이혼”은 정말 이혼이다. 결국은 내가 또 잘못한 것일까? 이번엔 어떤 잘못을 한 것일까? 아내의 마음을 헤아려 주지 못한 죄? 배려하지 못한 죄? 그럼 내 마음은 누가 헤아려주고, 누가 이해해 주지? 나도 힘들고 나도 위로받고 싶다. 남자라는 원죄를 갖고 태어난 내가 또 잘못한 것인가 보다.
TOOL
2012년 3월
다양한 툴을 익혀놓은다는 건 중요한 거 같다.
일을 잘할 수 있는 툴
돈을 모을 수 있는 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툴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툴
공부를 잘할 수 있는 툴
기본은 툴 다음은 응용.
길들여진다는 건 이런 것이 아닐까?
어제는 200m 안에 있던 사람이
오늘은 100m 안에 있고,
내일은 50m 안에 있고,
그다음 날은 10m 안에 있은 것처럼 느껴지는 것, 느껴지게 하는 것.
아내와 나는 서로 조금씩 길들여 지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