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에서, 이해시키는 것도 능력

by JJ

공원에서

2012년 5월

저녁을 먹고 집 앞의 공원으로 친구를 만나러 나갔다. 벤치에 앉아서 조용히 음악을 듣고 있는데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여학생 몇 명이 내 옆으로 와서 앉았다. 앉자마자 한 명이 담배를 꺼내서 입에 물었다. 못 본 척하고 친구를 기다렸다. 그런데 그중 가장 화장을 진하게 하고 요란한 옷차림을 한 학생이 한 사람씩 불을 붙여주기 시작했다. 잠시 후 친구가 도착했고 자리를 이동하려고 하는데 왠지 담배를 피우고 있는 학생들이 마음에 걸렸다. 그냥 갈까 하다가 그중에 가장 언니뻘 돼 보이는 아이에게 한마디 건넸다.

“학생 담배는 건강에 안 좋아. 담배 많이 피우면 키도 안 커”


어설픈 충고는 반발심만 일으킬까 봐 애써 궁색한 이유를 대며 학생들의 표정을 살폈다. 그러자 담배를 입에 물고 있던 아이가 눈을 위로 치켜뜨면서 말했다.

“아저씨, 저 학생 아닌데요.”


예상을 뒤엎는 당돌한 대답에 어떻게 말을 이어야 할지 당황했다. 그렇다고 그냥 가기엔 괘씸하기도 했고 한편으로 앞날이 구만리 같은 그 아이들의 미래가 걱정되기도 했다.

“학생, 아저씨도 담배 피워 봤는데 건강에 정말 안 좋아. 아저씨 봐. 몸무게 100kg이 넘었는데 담배 때문에 병나서 이렇게 된 거야”


갈수록 억지스러운 설득이었다. 이럴 때는 마른 형의 내 체형도 쓸모가 있나 보다. 깨달았던 것인지, 잔소리가 귀찮았던 것 인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담배를 바닥에 내려놓고 발로 비벼 끈다. 그리고 공원에서 홀연히 사라졌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운동장에서 뛰놀고 있는 아이들이, 거리에 돌아다니는 청소년들이 예전과 다르게 보인다. 내 아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남 같지도 않다.


경험은 참 중요하다. 경험한 사람은 경험하지 않은 사람보다 공감능력이 뛰어날 수밖에 없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과 군대에 다녀오지 않은 사람, 결혼을 해서 아이를 키워 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훌륭한 리더는 책도 많이 읽어야 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경험이다. 그렇지 않으면 사상누각이고 탁상공론이다. 신뢰감도 떨어진다. 앞으로는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훌륭한 리더가 된다고 생각한다



이해시키는 것도 능력

2012년 5월

후임이 들어오면 항상 고민이다. 업무를 어떻게 알려줘야 할까? 냉정히 말하면 필요하니까 잘 알여줘야 한다. 직장은 필요(必要)에 의해 모인 사람들이 일하는 곳이다. 빠르고 정확하게 습득시켜서 전투력을 향상해야 한다. 창조적인 일을 하는 사람인 경우에는 가혹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한다. 창의적인 것은 충분히 생각하고 놀면서 만들어지기도 하는데 생각할 시간이 없다는 것은 좋은 작품을 만드는 데는 악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크레이티브도 중요하지만 실적은 더 중요하다. 원하는 작품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물감만 짜며 마냥 생각하고 있을 수도 없다. 보이는 숫자가 다는 아니지만 보이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얼마나 많은 도구를 갖고 있느냐보다 한 가지 도구를 얼마나 능숙하게 쓸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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